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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옥 가고 조국은 남다…文은 왜 조국을 신뢰할까?

중앙일보 2019.05.29 06:00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책임지며 야당의 총공세에 시달렸던 ‘조ㆍ조 라인’ 중 조현옥 인사수석은 떠났고, 조국 민정수석은 남았다. 28일 발표된 차관급 인사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조현옥 전 수석의 교체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원조 청와대 수석’은 조국 수석만이 유일하게 됐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만은 또다시 내치지 않았다. 
 
◇文 “자신 있지요?”…조국 “네!”
 
지난해 연말.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민정수석실 산하 특검반 의혹으로 조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모습을 보였다. 당초 여권은 “국정감사가 아닌 시점에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전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출석 불가를 주장하며 버텼지만, 한국당은 끈질기게 조 수석의 출석을 요구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보저장매체 임의제출 동의서를 들고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보저장매체 임의제출 동의서를 들고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멈춰 서고 민생법안 처리가 어렵게 되자 문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조 수석에게 “준비됐습니까? 자신 있지요?”라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살짝 미소까지 보였다. 그러자 조 수석은 “네!”라고 답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간에 많은 말이 없었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12월 31일 조 수석은 국회에 출석했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한국당의 공격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이같은 태도를 두고 "오만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2018년 마지막 날 국회 운영위는 결국 "조국을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게 한 한국당의 자충수"라는 평가가 더 많았다.   
 
◇“자리 연연하지 않는다”→“않아 왔다”
 
지난 3ㆍ8 개각에서 후보자 7명 중 2명이 낙마하자 조 수석에 대한 경질론은 최고조에 달했다. 조 수석도 주변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얼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 촉구 및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관련한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얼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 촉구 및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관련한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청와대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장관 후보자의 해외 부실학회 참석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의 관련 기관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낙마의 원인이 조 수석의 부실 검증이 아닌 후보자의 거짓말이라는 뜻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의 책임론을 직접 차단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청와대는 윤 수석의 브리핑 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은 ‘그동안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 있게 일을 해왔다’는 취지였을 것”이라는 비공식적 해석까지 내놓았다.
 
◇文이 공식 용인한 ‘불충(不忠)’
 
조 수석은 주변에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때 2년 4개월간 민정수석을 지낸 기록을 내가 깨면 불충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검찰개혁과 법조개혁은 사실 거의 마무리됐다. 대통령이 그만두지 말라면 방법이 없지만 사실 청와대에서 2년 정도 일하면 사람이 거의 너덜너덜해진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두 번째)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이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두 번째)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이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수석 스스로 ‘불충’을 언급하며 제시했던 민정수석 재임 기간의 마지노선은 9월이다. 이 경우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 민정수석 타이틀은 문 대통령에서 조국 수석에게 넘어가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조 수석의 거취를 묻는 말에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인사검증뿐 아니라 권력기관의 개혁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혁은 다 했고,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데 그 과정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조 수석의 불충을 용인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정치를 권유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고,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文 실장이 법무부 장관 했어야 했다”
 
조 수석은 저서 『진보집권 플랜』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문재인 실장이 거론될 때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문재인은 정치인으로 입신할 생각이 없으니 이것저것 재지 않고 검찰개혁의 칼을 휘두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은) 노무현의 핵심 측근이고, 뚝심 있고, 검찰의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여권의 한 인사는 해당 문구를 보여주자 “현재 조 수석 스스로 정치 생각이 없다고 하고,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고,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과정에서 뚝심을 보였으며 누구보다 검찰의 생리를 잘 알지 않느냐”며 “조 수석이 10여 년 전 문재인 민정수석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거 아니냐”고 웃어보였다. 
 
조 수석은 현재 내년 총선의 유력 출마자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이 ‘조국 차출론’을 공식화한 데 이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공식적으로 “총선에 나오라”고 요청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 수석이 끝내 정치 입문을 하지 않을 경우 차기 법무장관으로 발탁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요청한 검찰개혁 ‘법제화’와 관련해 최적의 인물로 꼽혀서다. 하지만 조 수석은 이런 시나리오에 “나를 죽이려 하느냐”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조 수석이 만든 ‘조ㆍ김 라인’ 가동
 
28일 청와대 인사수석에 임명된 김외숙 전 법제처장은 노무현ㆍ문재인 전ㆍ현 대통령이 만든 ‘법무법인 부산’ 출신이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 노동 변호사를 하고 싶어 당시 문재인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외숙 당시 법제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노란색 원은 김 신임 인사수석의 모친. 2017.6.15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외숙 당시 법제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노란색 원은 김 신임 인사수석의 모친. 2017.6.15 연합뉴스

 
사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도 김 수석을 청와대로 부르려 했다. 당시엔 김 수석이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 수석을 재차 설득해 법제처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조국 수석으로 알려져있다. 조 수석은 “능력만을 보고 추천했다”고 했고, 이를 전해 들은 문 대통령은 “김 변호사가 정말 수락했느냐”며 기뻐했다고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김외숙 법제처장 임명식장에 나온 김 당시 처장의 모친을 보고 “아이고 어머니!”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법무법인 부산' 간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28일 인사수석에 임명된 김외숙 수석의 이름이 있다. 법무법인 부산 홈페이지

'법무법인 부산' 간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28일 인사수석에 임명된 김외숙 수석의 이름이 있다. 법무법인 부산 홈페이지

 
결국 조국 수석은 사실상 자신이 발탁한 김외숙 인사수석과 ‘조·김 라인’을 짜고 문재인 정부 3년 차의 인사를 다시 책임지게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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