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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산둥의 물고기가 놀랐다?

중앙일보 2019.05.29 00:29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지난 3월, 아르헨티나 해경이 자국 수역에서 고기를 잡던 중국 어선 ‘화샹 801’을 발견했다. 경고 방송이 나갔다. “엔진을 멈춰라. 발포 준비됐다.” 이어진 불빛 신호에도 응답이 없었다. 해경의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버티던 중국 어선은 결국 도망쳤다. 이틀 뒤 중국 정부가 입장을 밝혔다. “불법 어로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 이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한국에서 제일 인기였다. 한글 자막본 조회 수가 49만3000여 건으로,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전 세계인이 본 원본(46만8000건)보다 많다. 하긴, 불법 중국 어선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우리 국민 아닌가.
 
중국 어선에 대한 응어리는 330여 년 전에 맺히기 시작했다. 1684년 청나라가 연안 무역·어업을 막았던 해금령을 풀자 청나라 어선이 대거 서해로 진출했다. 보다 못해 “비선(飛船·빠른 배)을 많이 만들어 청나라 어선을 쫓아내자”는 주장도 나왔다. 1744년 황해도 수사 박문수가 영조 임금에게 상소한 내용이다. 어사로 유명한 바로 그 박문수다. 다시 100년 뒤에는 “청의 어선 수백 척이 바다를 가릴” 정도가 됐다. 19세기 말 리훙장(李鴻章)은 거의 생떼를 썼다. “산둥(山東)의 물고기가 윤선(輪船·증기선)에 놀라 조선의 서해안으로 옮겨 갔으니 청나라 어민들이 잡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동안 사그라드는가 했던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이 이달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평도 근해에서만 하루 평균 40여 척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지난해의 두 배다. 박태원 평화수역운동본부 대표는 “엔진 4개를 단 초고속 어선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답답할 노릇이다. 아르헨티나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해경도 지침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어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응어리를 속 시원히 풀어줬으면 한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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