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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이번엔 사회 약자 그린『사하맨션』

중앙일보 2019.05.28 17:48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사하맨션'의 조남주 작가. [사진 뉴시스]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사하맨션'의 조남주 작가. [사진 뉴시스]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사회 페미니즘 운동과 담론에 큰 영향을 끼친 조남주(41) 작가가 신작 『사하맨션』(민음사)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경력단절 여성의 절망감을 통해 성차별적인 현실을 기록했다면, 이번 소설은 가상의 주류 사회에서 버림받고 배척당한 소수자들의 삶을 그렸다.  
 
 조 작가는 28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밀입국자와 노인, 여성, 아이,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며 "이들은 투쟁으로 세상을 뒤집지도 못하지만 나름의 삶을 꾸려가고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바꿔 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사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주인공은 낡은 아파트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여러 사람이다. 이들은 기업이 인수해 탄생한 도시국가 타운에 속해 있지만, 주민권도 체류권도 없이 불법 체류자 신세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소설은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온 도경과 진경 남매를 중심으로 관리인 영감, 꽃님이 할머니, 거구의 젊은 여성 우미, 애꾸눈 웨이트리스 사라 등의 이야기가 모자이크처럼 엮여 있다.
 
[사진 민음사]

[사진 민음사]

  이번 작품은 『82년생 김지영』보다 먼저 구상했다고 한다. "전작 『82년생 김지영』이 밑그림을 다 그려 놓고 색칠을 해 나갔다면 이번 소설은 계속 덧그리고 지우는 방식으로 써 나갔어요. 2012년 3월부터 쓰기 시작해 쓰는 과정에서 느낀 한국사회의 문제의식 등을 담았어요. 아마 저는 읽히는 재미가 있는 소설보다는 소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에 더 중점을 두고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소설의 제목은 러시아 극동연방지구 북부에 있는 사하(Sakha)공화국에서 따왔다. 작가는 "사하 공화국은 추울 때는 영하 70℃를 기록하고, 더울 때는 영상 30℃를 넘기도 하는 곳이다. 세계 다이아몬드 매장량의 절반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짐작되는 이 공간이 소설의 주제와 상징적으로 어울린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보석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뜻을 담은, 비주류들에 대한 희망의 은유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사하맨션이라는 공간은 1993년 철거된 홍콩의 '구룡성채(九龍城寨)'라는 마을을 모티브로 했다. 조 작가는 "2층짜리 작은 주거지였던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계속해 몰려들고 증축하면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버림받은 사람들의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2년 만인 지난해 말 누적판매 부수 100만부를 넘어섰다. 일본·대만에서도 출간됐고, 일본어판은 출간 3개월 만인 지난 4월 인쇄 부수 13만부를 돌파했다. 젠더 갈등이 커진 요즘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것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그런 부담은 없다. 오히려『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소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안 읽는 시대라고는 해도, 소설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사람들의 관심사를 모으는 일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경험은 이번 작품을 쓰는 데도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페미니즘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도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도망친 꽃님이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들을 연상하게 하는 노란 나비 등 페미니즘 요소가 들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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