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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금 16억 들인 택시 유니폼, 결국 ‘옷장’ 속으로

중앙일보 2019.05.28 17:34
인권위 권고에 서울시, 과태료 규정 없애기로
서울의 법인택시 기사들이 착용하던 유니폼이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서비스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16억원을 투입했으나 기사들의 외면 끝에 1년7개월 만에 장롱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2017년 11월 서울시가 도입한 법인택시 기사의 유니폼. 밝은 청색 체크무늬 셔츠에 조끼가 갖춰져 있다.[사진 서울시]

2017년 11월 서울시가 도입한 법인택시 기사의 유니폼. 밝은 청색 체크무늬 셔츠에 조끼가 갖춰져 있다.[사진 서울시]

28일 서울시와 택시업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법인택시 유니폼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르면 다음 달 초 유니폼 미착용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없애기로 결정해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사들이 지정 복장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매기는 규정을 철회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 ‘유니폼 착용 강제’를 두고 인권위는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택시기사 5명이 2017년 말 인권위에 진정을 낸 게 계기가 됐다.

 
서울시가 법인택시 유니폼을 도입한 것은 2017년 11월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활’이다. 택시기사 유니폼은 “불편하고 세탁이 힘들다”는 이유로 2011년 폐지됐는데 6년 만에 재도입한 것이다. ‘깔끔한 복장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255개 서울 법인택시 회사 소속 기사 3만5000여 명에게 유니폼을 나눠줬다. 
 
여기에 세금 16억1000만원이 들어갔다. 한 사람당 청색 체크무늬 긴 팔 셔츠 두 벌, 검은색 조끼 한 벌로 약 4만원어치였다. 지난해 1월부터는 유니폼을 입지 않는 기사들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물린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니폼 착용률은 택시업계 추산 5~10%대에 불과하다. 중앙일보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관찰해보니 법인택시 기사 20명 중 서울시 유니폼을 입은 기사는 2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미착용 과태료 부과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필래 서울시 택시서비스팀장은 “유니폼을 도입하자마자 기사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내 단속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제 착용 규정마저 사라지면 유니폼을 입는 택시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택시업계 추산 착용률 5~10%대
서울시는 2011년 복장 자율화 이후 일부 기사들이 민소매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 모자 등 ‘금지 복장’을 착용해 유니폼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니폼은 승객에게 깔끔한 이미지와 안도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승객 서비스를 위해 재정 지원을 한 서울시의 취지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행 과정이 성급했고, 꼼꼼하지 못해 결국 유니폼이 정착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기사들이 안 입으면 어떻게 벌을 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사들 스스로 잘 입게 할까를 더 연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티셔츠와 청바지, 모자를 착용한 한 법인택시 기사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북구 기사식당 앞에서 택시에 오르고 있다. 임선영 기자

티셔츠와 청바지, 모자를 착용한 한 법인택시 기사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북구 기사식당 앞에서 택시에 오르고 있다. 임선영 기자

택시기사들은 유니폼을 꺼리는 이유로 세탁과 더위 문제를 꼽는다. 정지구 전국민주택시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셔츠 두 벌을 번갈아가며 매일 세탁해 입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또 긴 팔 셔츠밖에 없어 여름엔 무덥다. 그런데도 착용을 강제하면서 과태료까지 물린다는 데 기사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정 여론도 유니폼 벗게 만들었다”  
승차공유 서비스 논란 등 택시기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사 전정근(56)씨는 “안 그래도 기사들을 탐탁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은데 출퇴근길에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게 부담스럽다. 유니폼과 서비스 질의 관련성도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병조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부이사장은 “일부 사람들이 택시기사를 함부로 대해 기사들의 자존감이 낮다. 이런 점을 서울시가 간과했다. 유니폼 도입은 기사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니폼 등 기사들의 깔끔한 복장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상욱 선임연구위원은 “기사들의 유니폼 착용률이 높은 회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기사가 유니폼을 입은 택시는 서비스도, 기사에 대한 처우도 다르다는 인식이 생겨야 기사도 유니폼을 기분 좋게 입고, 승객도 효과를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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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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