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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박원순에게 침체기는 왜 온걸까

중앙일보 2019.05.28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12.1%(지난해 8월)→6.2%(지난 4월, 리얼미터). 박원순(서울시장)에 대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그는 지난해 8월에는 1위였다. 지난 4월엔 5위다. 1년이 안 되는 동안 거의 반 토막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성과 내야한다는 압박감
정치 경험도 넉넉지 않아
결국 시대정신을 주목해야

그는 지난해 6월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뒤 삼양동 옥탑방에서 여름을 보냈다. 그 무렵부터 하향세에 몸을 싣는다. ‘여의도 용산 개발’ 발언이 출발점이었다. 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난리인 상황에서 서울 중심지 개발 발언은 욕먹기 십상이었다. 결국 그는 “전면 보류”라며 물러선다. 이어 새 광화문광장 조성안을 놓고 당시 행안부 장관이자 대선 경쟁자인 김부겸과 충돌했다. 특히 개발안에 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이 포함돼 “성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또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계획에 을지면옥 같은 상점들이 포함돼 헐릴 우려가 제기되자 보존으로 다시 가닥을 잡았다. 대선주자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빚어낸 ‘사고’들이었다.
 
얼마 전 유시민·양정철·김어준의 토크 콘서트(알릴레오 20회)를 봤다. 박원순의 잠재적 경쟁자인 유시민은 현란했다. 한국당과 보수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인상적인 건 대화 중간중간 김어준의 ‘엉뚱한’ 질문이었다. 콘서트 주제인 ‘노무현’에 대해 얘기를 하다 틈만 나면 유시민에게 “대선 언제 출마하느냐” “전하고 싶은 출마 일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나. 50분 방송 중 일곱 차례 이상 관련 질문이 나왔다. 물론 유시민은 시종일관 아니란 제스처였다. 이게 기획인지 애드립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방송을 보면 유시민의 불출마가 오히려 지지자들로부터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에 연연해 하지 않고 뭔가를 던지는 듯한 이미지 말이다. 그 대목에서 박원순 생각이 났다. 나오지 않겠다는 유시민이 박원순보다 지지율이 높다. 성과에 대한 의욕이 박원순을 지배한 거라면 버리면서 얻는 유시민의 방식은 대조적이다.
 
서소문 포럼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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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침체는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성급한 마음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3선이지만 정치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없는 점도 원인일 게다. 특히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 서울시장은 엄밀히 말하면 행정가다. 여의도 경험이 없으니 자연스레 당과 연결고리가 원활치 않다. 실제 특별한 친분이 없는 여당 의원들은 “동지이거나 식구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고들 한다. 꽃길만 걸어왔다는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세 차례 선거를 큰 곡절 없이 승리했다. 운은 좋았지만, 정치인으로서 스토리와 고난의 길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3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 대표 도전 등 가시밭길을 가야 대권이 가까워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는 아예 경남지사 출마를 권했다. “고향인 영남에서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한다” “대선주자로서 당을 위한 희생도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다. 결국 김경수가 나가 당선됐다. 여권의 한 중진은 “3선 도전을 하지 않고 외곽에서 국가 아젠다를 던져야 했는데 행정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지율은 깃털 같아 늘 변한다. 이 말은 올 초 박원순이 한 말이다. 맞다. 특히 요즘 여권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강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이낙연(총리)이나 대통령과 가깝다는 유시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임기 말이 될수록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 점에서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그가 하고 싶은 정치를 해봤으면 한다. 박원순만의 장점이 있다면 그걸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기성 정치인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선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유리할 게 별로 없다. 자꾸 대선을 의식하니 스텝이 꼬이는 거다. 새로운 발상이 필요해 보인다. 또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결국 시대정신을 주목해야 한다. 대선은 그 시대가 필요한 인물을 선택한다. 성과 보다는 하고 싶은 정치를 한 후 시대가 그를 부를지 기다리는 게 정답이다. 3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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