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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유시민의 별난 부고

중앙일보 2019.05.28 00:06 종합 32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친상 부고는 ‘어머니의 별세에 대하여’이다. 22일 이를 접하고 ‘참 독특하다. 원래 튀는 스타일이라서 그런가’라고 여겼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조용히 상을 치를 일이지 왜 저리 요란할까” “어머니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니” “경황 중에 글을 쓸 여유가 있었나”라는 언짢은 반응이 오갔다.
 
대개 부고에는 자녀 이름이 죽 나온다. 최근에서야 망자 이름이 들어간다. 조문객은 상주와 눈 도장 찍기 바쁘다. 고인에 대해선 “어떻게 돌아가셨나”라고 인사치레로 묻는다. 빈소가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공간이 됐다. 상을 치른 뒤 감사 편지를 보낸다. 요즘에는 단체 이메일로 보내거나 단톡방에 올린다. 이런 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유 이사장의 부고를 다시 읽어봤다. 또 상가를 취재한 후배와 조문객에게서 분위기를 전해듣고는 “튄다”는 시각에서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 이사장은 “어머니(서동필)는 병상에 계셨던 지난 2년 반 자신의 삶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차례 표현했다”며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한 지인은 “유 이사장이 병상의 어머니를 자주 지켰고 최근 가족회의에서 상을 어떻게 치를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애통하지 않다’는 표현은 반어법에 가까워 보인다. 유 이사장은 “저를 위로하러 올 필요 없다.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꼭 하고 싶으면 굳이 오지말라고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산 자를 위한 조문을 에둘러 거부한 것이다.
 
실제 조문객이 많지 않았다. 여느 유명인 빈소와 달리 줄이 길게 늘어서지 않았다. 조의금은 받지 않았고 꽃 대신 근조 기(旗)가 많았다. 술·음식 없이 다과만 내놨다. 한 국회의원이 “밥도 안 주네”라고 푸념했을 정도다. 빈소에서 조문객에게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부제: 서동필 말하고 자식들 쓰다)라는 책을 나눠줬다. 2년 여전 출간한 어머니 자서전이다. 어머니와 자녀·손자녀의 사랑이 담겨있다. 이번 상은 부의금, 수많은 화환, 조문 행렬, 술판 등이 없는 4무(無)의 절제된 의식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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