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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케빈 나 “아빠가 1등 했어”

중앙일보 2019.05.28 00:05 경제 6면 지면보기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한 케빈 나(오른쪽), 그린 위로 달려온 딸 소피아를 향해 팔을 쭉 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딸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한 케빈 나(오른쪽), 그린 위로 달려온 딸 소피아를 향해 팔을 쭉 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딸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최종 라운드가 열린 27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골프장.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우승
10개월 만에 정상, 통산 3승째
강성훈·이태희 등도 ‘아빠 골퍼’
우즈 “자랑스런 아빠 되고 싶어”

투어 15년 차의 재미동포 케빈 나(36·한국이름 나상욱)가 마지막 날 4타를 줄이면서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토니 피나우(미국·합계 9언더파)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가 우승한 것은 지난해 7월 밀리터리 트리뷰트 대회 이후 10개월 만이다.
 
2004년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PGA투어에 데뷔한 케빈 나는 6년 만인 2010년 첫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우승을 하기까지는 다시 7년이 걸렸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3승 고지에 올랐다. 그는 이날 우승 상금 131만4000달러(약 15억5000만원)를 챙겨 통산 상금 3015만 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PGA투어에서 이제까지 통산 30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과 최경주(49) 등 34명뿐이다.
 
케빈 나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아내 줄리안 나, 딸 소피아(3)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는 딸을 향해 우리말로 “아빠 1등 했어”라고 외쳤다. 또 만삭인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어우, 우리 아기’라고 말했다. 케빈 나는 “골퍼로서 우승을 많이 하는 것만큼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 앞에서 함께 웃는 케빈 나, 아내 줄리안, 딸 소피아. [USA투데이=연합뉴스]

우승 트로피 앞에서 함께 웃는 케빈 나, 아내 줄리안, 딸 소피아. [USA투데이=연합뉴스]

2019년은 ‘아빠 골퍼’ 전성시대다. 아내의 내조와 아이의 응원을 등에 업은 ‘아빠 골퍼’들이 올 시즌 국내외 남자 골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에다 늑장 플레이어로 달갑지 않은 명성을 얻었던 케빈 나는 2016년 8월 딸을 얻은 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딸을 낳은 뒤 2년 만인 지난해 통산 2승을 달성하면서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도 크게 늘었다. 케빈 나는 “딸이 내겐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끝난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강성훈(32)도 ‘아빠 골퍼’가 된 뒤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아내 양소영씨, 지난해 9월 태어난 아들 강건군과 기쁨을 나눴다. PGA 투어에 진출한 지 8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못 했던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얻은 뒤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면서 ‘당당하면서도 자상한 가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강성훈은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고생 끝에 우승할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라고 말했다.
 
국내 남자프로골프(KPGA)에서도 ‘아빠 골퍼’들이 적잖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GS칼텍스 매경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태희(34)는 돌이 지난 아들 서진군을 안아 올리면서 기뻐했다. 이태희는 “아들이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운동을 하니까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어린이날을 맞은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만에 투어에 복귀한 김대현(31)도 21개월 된 아들 태건군을 바라보며 재기를 꿈꾼다. 김대현은 “아들이 벌써 장난감 골프채를 갖고 논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 아들을 보면서 골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PGA투어 13년 차인 김태훈(34)도 다음 달 말 아들을 얻는 ‘예비 아빠’다. 김태훈(34)은 "2세가 태어난다니 무척 설렌다. 아빠가 되면 골퍼로서도 좀 더 성숙해질 것 같다”고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도 대표적인 ‘아빠 골퍼’다. 이혼한 아내인  엘린 노르데그렌(스웨덴)과의 사이에 딸 샘 알렉시스(12), 아들 찰리 악셀(10)을 뒀다. 이들은 우즈가 부상을 딛고 재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역전 우승했을 때도 그는 두 아이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우즈는 당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집중력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혼과 스캔들에 이어 부상을 당하고 수술대에 오르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낚시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 우즈는 "그동안 아이들에겐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빠의 모습이 전부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끝까지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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