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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통화 유출’ 외교관 보안심사위 소환…불거지는 장관 책임론

중앙일보 2019.05.27 15:38
 외교부가 한ㆍ미 정상 간 통화기록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주미 한국대사관의 공사 참사관(3급) K씨(54)를 27일 오후 보안심사위원회에 소환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밤 늦게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보안심사위 및 징계위원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씨는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보안심사위원회에 출석하며 “위원회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겠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주미대사관 K씨 불러 조사…30일 수위 확정
충격 빠진 외교부, "K씨 평소 진중한 스타일"
전직 외교관들, '기강 해이' '치명적 잘못' 비판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 외관.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 외관.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K씨에 관한 징계 수위는 보안심사위에 이어 30일 열리는 징계위를 거쳐 의결될 예정이다. K씨는 이달 8일 3급 기밀에 해당하는 한ㆍ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람한 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해임 또는 파면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조 차관은 “이번 건은 기밀 관리에 대한 중대한 규정 위반 사안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징계위원회에 앞서 보안심사위원회를 거치게 됐다”고도 했다. 보안심사위는 외교부 내 보안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심사하는 내부 절차로, 징계위에 앞서 보안심사위를 연 사례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징계 외에 외교상 기밀누설(형법 113조) 혐의로 K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예고했다.  
 
외교부는 충격에 빠졌다. K씨를 접했던 직원들은 "평소 진중하고 침착한 성격이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의 간부급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의 간부급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강 장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앞서 강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파리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스로 리더십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간  ‘구겨진 태극기’ 등 크고 작은 의전 실수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외교 업무의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하며 내부 기강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보안 사고가 발생하자, 강 장관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외교관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숙 전 유엔 대사는 27일 CBS 인터뷰에서 "기강 해이나 보안의식이 굉장히 약해졌으며 외교 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치명적인 잘못"이라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앞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 일각에선 K씨가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야당 국회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점에서 ‘괘씸죄’ 차원의 중징계를 검토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조세영 차관은 “이러 저러한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공무원의 본분은 개인적인 소신에 앞서 정부의 공식적인 지침이나 절차, 입장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직 외교관에 의해 외교 기밀이 유출된 사례는 2006년에도 있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3급 기밀)이 여당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유출자로 지목된 청와대 파견 외교통상부 이종헌 선임 행정관(현 한ㆍ중ㆍ일 3국 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가 복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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