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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소송서 또 노동자 손 들어준 法 “경영 어려움 근로자에 전가하면 안 돼”

중앙일보 2019.05.27 12:01
지난 3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발전노조 조합원 등이 한국남부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민간기업에 이어 공기업에서도 “기본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추가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통상임금을 넓게 적용해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공기업도 교통비, 건강관리비 통상임금 포함해야"
27일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욱 대법관)는 한국남부발전 소속 근로자 933명이 회사를 상대로 “기본상여금과 각종 보조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남부발전은 소송을 낸 1000여명의 근로자들에게 총 12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을 낸 직원들은 매년 2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상여금을 받아왔다. 또 매월 교통보조비, 급식보조비, 건강관리비를 받았고 겨울에는 난방보조비를 받았으나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노사가 기본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임금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입금협상과는 별개로 “2009년부터 3년간 통상임금 산정에서 누락되면서 축소된 수당을 지급하라”며 2012년 6월 소송을 냈고 7년 만에 승소로 결론 났다.

 
120억 감당 가능하다고 본 法 "신의칙 위반 아냐"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가 판단의 핵심 쟁점이었다. 앞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추가 임금 지급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정도의 피해를 미친다면 이는 신의칙에 위반돼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단서 조항이 인정되지 않는 추세가 이번 판결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 경우 노사 간 협약을 깨고 추가 임금을 청구한 것이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 주체는 사용자”라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수당 청구를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신의칙 관련 판단이 적합하다고 봤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기본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가산했을 때 추가되는 법정수당은 2010~2012년 합계 120억여원으로 이 기간 당기순이익 합계액의 약 3.38%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사실만으론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의칙 기준 엄격해지자…줄잇는 친노동 판결
최근 법원서 친노동 판결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일에도 한진중공업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사건 1·2심이 신의칙을 이유로 회사측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이 “신의칙 위반이라고 할 만한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고 이를 뒤집었다.
강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지난 2월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강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지난 2월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대법원이 인천 시영운수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우면서 이같은 판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시 대법원은 “신의칙으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을 제약하는 것은 자칫 근로자의 권리에 관한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기본 정신을 거스를 수 있다”며 회사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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