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과? 유감 표명?…국회 정상화 '명분 찾기' 수싸움

중앙일보 2019.05.27 05:00
“지지자들에게 서로 욕먹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 부대표가 26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내지도부의 숙명”이라며 한 말이다. 그는 “여야의 간극이 있고 (서로 다른) 지지자가 있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중간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이 최근 제안한 합의문 초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을 가지고 왔더라”고 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물밑 협상을 하면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에서는 “양쪽 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명분 찾기 = 여야는 패스트트랙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 정국을 벗어날 명분을 찾고 있다. 민주당의 사과 또는 유감 표명 등이 반전 카드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3당(민주당ㆍ한국당ㆍ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호프 미팅 이후 협상 분위기는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제법 구체적인 협상안의 비밀리에 논의되다가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에게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권이 정권 연장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생각하고 국회 정상화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왜 야당에 손 내밀기를 주저하냐”고 아쉬움을 나타냈고,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싸워서 죽더라도 국회에서 죽어야 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추경 입장차 = 정부와 민주당은 6조 7000억원으로 편성된 추가경정 예산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재난 대응 예산 2조 2000억원 분리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추경이 급하면 여당이 국회 정상화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인사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32일이 됐는데 분리 처리를 하려면 기획재정부에서부터 추경을 다시 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일정까지 논의했다가 시간을 거꾸로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8일간의 장외 집회에서 본 현장은 ‘지옥’이었고, 시민들은 ‘살려달라’ 절규했다”고 말한 데 대해 “황 대표가 진정으로 산불ㆍ지진ㆍ미세먼지 등으로 고통 받는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하고 시급한 추경안 처리와 민생법안 처리에 협력함으로써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연착륙 가능할까 = 민주당은 ‘게임의 룰’인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관련, ‘합의 처리’ 또는 ‘합의 처리를 위해 논의한다’ 등의 표현으로 한국당을 설득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한국당에선 이날도 “깜깜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 독재의 장기 집권을 획책한다”(이만희 원내대변인)는 논평이 나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과 비교하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개혁 의지의 확고함은 동일하다. 지금은 국민의 지지가 더 높고, 당정청의 협력과 단결도 훨씬 튼실하다”며 “결국은, 모든 것은 국민의 힘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김승현ㆍ이우림 기자 s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