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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종이만화 껴안으니 ‘은하철도 999’ 작가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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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종이만화 껴안으니 ‘은하철도 999’ 작가도 합류

중앙일보 2019.05.27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만화 앱’ 행사에 종이책 출판사 관계자 가득
카카오재팬의 김재용 대표가 만화 앱 서비스 픽코마의 성장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재팬]

카카오재팬의 김재용 대표가 만화 앱 서비스 픽코마의 성장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재팬]

 
23일 일본 도쿄 롯폰기(六本木) 힐스의 한 영화관. 영화관 내부 500여 개의 좌석은 행사 시작 전부터 가득 찼다. 행사명은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인 ‘픽코마’의 일본 출시 3주년을 기념하는 ‘픽코마 이야기 2019’. 특이한 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이 IT업계 관계자가 아닌 일본 출판업계 관계자란 점이다. ‘둘은 앙숙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무렵,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무대에 등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픽코마가 이룬 성과는 물론 유독 일본 출판계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던 객석은 ‘일본 만화 소비자 분석’ 관련 설명이 나올 땐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픽코마 이야기 2019'에 참석한 일본 출판업계 관계자들. 사진 카카오재팬

'픽코마 이야기 2019'에 참석한 일본 출판업계 관계자들. 사진 카카오재팬

  
판교 대표 ‘픽코마’, 일본 출판계와 손잡고 폭풍 성장중 
신(新)ㆍ구(舊) 산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모빌리티와 택시 업계가 대표적이다. ‘생존권 보호’와 ‘혁신’이 충돌한다. 하지만 픽코마는 기존 출판업과 손 잡고 성장을 이어간다. 이날 행사 내내 ‘공존과 성장’을 강조한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행사 후 일본 롯폰기 소재 카카오재팬 본사를 찾아가 만났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만화 앱 서비스 픽코마가 일본에서 성공한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도쿄=이수기 기자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만화 앱 서비스 픽코마가 일본에서 성공한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도쿄=이수기 기자

 
픽코마는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 1분기에만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32%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73%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4월 2205개였던 서비스 만화는 6727개로 3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통합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출판사·작가 '제대로 모셨다' 
물론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다. 김 대표는 "2016년 4월 서비스 개시 초기엔 하루 접속자가 15명에 그친 날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220만 명이 이용한다. 월 순방문자(MAU)는 380만명에 달한다. 비결은 구(舊) 산업이랄 수 있는 주요 출판사 및 작가와 협력이다. 그는 “픽코마 초기부터 일본의 주요 만화 출판사·작가들을 열심히 만났다”고 했다. 만화 앱 자체가 결국 콘텐트를 다루는 일인 만큼 콘텐트 제공자와 신뢰 없이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식으로 120여 개 출판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경쟁자들은 대개 '총판'이라 불리는 중개업자를 통해 판권을 사들이는게 전부다. 업계에 ‘픽코마는 다르다’는 평판이 퍼져나갔다. 덕분에 지난해엔 만화잡지 '소년점프'로 유명한 슈에이사(集英社)는 물론 쇼가쿠칸(小學館)ㆍ카도카와 같은 대형 만화 출판사들과도 거래를 텄다. 이는 픽코마의 콘텐트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픽코마가 공생을 선택한 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연 5조 규모의 일본 만화 시장 중 3조원 가량은 종이 만화책이 차지한다. 작가들도 종이책의 권위를 인정한다. 소년점프의 경우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 주 300만 부를 발행했다. 현재도 주 150만~200만부 가량(2017년 말 기준)을 찍어낸다. 때문에 만화 앱에 연재를 하더라도, 단행본이나 만화잡지에 실린 다음에서야 연재를 허락하는게 보통이다.
 
종이 만화책 안보는 10~30대 여성 끌어들여 
만화 이용자들도 종이책이 먼저다. 실제 일본 만화 소비자의 39.6%는 '가장 많이 만화를 접하는 방법'으로 종이책을 꼽았다. 스마트폰은 28.6%에 그쳤다. 김 대표는 "픽코마가 기존 종이책으론 만화를 보지 않는 10~30대 여성층을 새로운 독자로 유입시키는 등 기존 업계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단 걸 출판사 등에 열심히 설명했다"며 "만화 앱 이용자 중 75%가 종이책을 병독하고 있단 점도 픽코마가 출판사들과 대결이 아닌 협력을 선택한 이유"라고 소개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종이 만화책 팔아주기, 픽코마가 나서다  
픽코마가 내놓은 단행본 홍보책자. 종이책 업체와 픽코마 모두 홍보 효과를 얻었다. 5만부의 홍보책자는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도쿄=이수기 기자

픽코마가 내놓은 단행본 홍보책자. 종이책 업체와 픽코마 모두 홍보 효과를 얻었다. 5만부의 홍보책자는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도쿄=이수기 기자

 
픽코마의 상생 노력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종이 만화책 마케팅을 픽코마가 돕기도 한다. 최근 판매중인 만화 『네가 되어라(君になれ)』가 대표적이다. 픽코마는 이 만화책의 단행본 홍보를 돕기 위해 만화 속 이야기 1~3화를 3권의 소책자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만화의 주요 타깃이 여고생ㆍ여대생이란 점을 감안, 소책자(1~3화)와 마스크팩을 세트로 묶었다. 이렇게 만든 5만 개의 세트가 발매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비용은 모두 픽코마가 부담했다. 대신 픽코마는 만화 소책자와 판매대, 서점 등에 자사의 로고를 입혔다. 종이책 출판사와 픽코마 모두 마케팅 효과를 본 것이다. 비슷한 시도는 계속된다.
 
픽코마는 올해 ‘픽코마 어워드’를 받은 7가지 만화의 1화분들을 잡지로 묶어 내놓을 계획이다. 7가지 만화의 1화를 본 독자가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픽코마 앱이든, 종이책을 사서든 볼 것이란 판단이다. 
 
은하철도 999 작가도 픽코마에 합류
이런 노력 덕에 출판사·작가들도 픽코마에 우호적이다. 최근엔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松本 零士ㆍ81)가 픽코마에 자신의 신작 만화를 독점 연재 중이다. 김 대표는 “팔순이 넘은 마츠모토 작가가 픽코마란 플랫폼에 대해 '새로운 시도'라며 마음에 들어 하더라”며 "이제 만화가들도 스스로 독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걸 알게 됐고, 픽코마를 그 주요한 매개로 생각해준다"고 전했다. 
    
픽코마가 내놓은 단행본 홍보책자와 책자에 동본된 마스크팩. '마스크팩을 하는 사이 소책자를 읽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수기 기자

픽코마가 내놓은 단행본 홍보책자와 책자에 동본된 마스크팩. '마스크팩을 하는 사이 소책자를 읽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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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아날로그 감성 더했더니
상생이 전부는 아니다. 픽코마는 여기에 인공지능(AI)기술을 더했다. 픽코마는 자사 구독자를 성별과 연령, 취향에 따라 8개 그룹으로 묶었다. 이들이 봤던 만화 등을 토대로 취향을 분석한 뒤 좋아할 법한 만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천해준다. 게재 중인 작품도 그림의 이미지와 소개 줄거리 등을 분석해 카테고리로 나눠 관리한다. 최근엔 지난해 인기 만화 톱3를 소개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어떤 만화가 인기였는지 날짜 별로 소개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AI 분석기술 뿐 아니라 아날로그 적인 감(感)도 픽코마의 중요한 무기"라고 했다. 독자에 좋아하는 만화를 추천할 때 AI 분석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연애 장르의 만화를 주로 봤던 독자에게 연애물만 추천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픽코마는 독자가 꺼리지 않을 선에서 다른 장르의 만화를 추천한다. 그는 “그런 방법론은 일본의 만화 잡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 만화잡지는 독자가 좋아하는 만화 외에 다른 만화도 함께 묶여 있다.    
 
 
웹만화 강자 아마존 킨들과 붙어 이겨야    
남은 과제도 있다. 픽코마는 광고를 최대한 자제한다. 만화 중간중간 광고를 넣으면 월 2억엔(약 21억7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화 같은 창작물이 광고를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된다고 믿는다. 때문에 픽코마는 유료 감상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앱 뿐 아니라 일본 웹(Web) 만화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야 한다. 일본은 앱보다 웹 만화 시장이 더 크다. 웹 만화 시장의 최강자는 아마존의 킨들이다. 픽코마도 최근 웹 버전을 만들었다. 
 
일본 출판사들이 직접 앱 시장에 뛰어들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오랫동안 모바일 게임에 고전했던 일본 콘솔게임 업계가 그랬다. 콘솔게임 업계는 최근 잇따라 모바일 게임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콘솔게임 업체들이 오랜 세월 게임을 만든 저력이 있어서 그런지 게임 퀄리티가 상당하다"며 "만화업계에서도 장기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김 대표는 "일본 출판사들이 먼저 픽코마를 통해 글로벌로 가자고 제안해 온다"며 "출판업계·작가와 협력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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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이수기 기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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