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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끊이지 않는 화학사고, 제도 허점은 없나

중앙일보 2019.05.27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 17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한화토탈 공장에서 스타이렌 모노머가 함유된 유증기가 유출돼 근로자·주민 180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주민들은 비상재난문자 대신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했을 정도로 조치가 미흡했다. 22일에도 같은 대산읍 KPX그린케미칼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됐고, 23일에는 강원도 강릉에서는 수소 탱크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는 2012년 9월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휴브글로벌 작업자 4명과 인근 회사 직원 1명 등 5명이 사망했고, 3000여명이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불산 사고 후 정부는 화학물질안전원과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설치하고, 화학 사고 때 사업장 주변에 미칠 영향을 살피는 장외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또 사고 대비 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업체는 유출 시나리오와 응급조치 계획 등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을 수립해 주민에게 알리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화학 사고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사고 건수가 2014년 105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화학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구멍’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취급량이 작은 사업장은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이 올 연말까지 유예됐고, 그나마 작성한 장외평가서는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도 안 된다. 위해관리계획 수립도 기존 시설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유예했고, 일반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아예 제외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현재 행정구역 단위로 재난문자를 발송하는데 시·군 경계를 넘어 영향권 내 모든 시민이 재난문자를 받아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규제 완화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부 컨설팅 회사에 맡겨 작성한 장외영향평가서를 캐비닛 속에 처박아둘 게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직원을 채용, 시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매번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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