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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술 마셔도 살이 찌지 않는 기적을 경험하고 싶다면

중앙일보 2019.05.26 08:00
[더,오래] 반려도서(65)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가쿠타 미쓰요 지음·이지수 옮김 / 글담출판사 / 1만2800원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본격 '운동장려 에세이'라 하기엔 저자가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몸짱이 되었다며 자랑하지도 않는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마라톤을 중심으로 복싱, 헬스, 요가, 등산, 트레일 러닝 등 저자가 중년에 접어들어 섭렵한 다양한 운동에 관한 경험을 유쾌하게 담았다.  
 
적극적으로 운동하게 된 건 '실연' 덕분이다. 실연이란 젊은이의 특권인 줄 알았는데 웬걸, 나이가 들어서도 실연 따위나(?) 하고 있다니, 충격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실연할 테고, 실연에 대비해 튼튼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싶었다. 튼튼한 몸에 튼튼함 마음이 깃들 테니까. 그렇게 근처 복싱장 문을 두드렸고 헬스클럽 회원이 됐다.  
 
운동 덕분에 체중과 건강에 큰 변화와 무리 없이 술을 끊임없이 마실 수 있다. '매일 술을 먹어도 현상 유지가 되는 기적'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집에서 마실 때는 하루에 와인 한 병, 밖에서 마실 때는 측정 불가, 주말에 달리기를 하기 전날에도 착실히, 하프 마라톤 대회 전날에도 야무지게 마신다며 주당력을 뽐내는 저자에게 운동은 이런 음주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원동력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건 친구가 회장을 맡은 달리기팀의 뒤풀이에 어울리고 싶어서다. 그는 성실한 편이었고, 비가 오지 않는 한 주말마다 달렸다. 처음에는 3㎞를 겨우 달렸지만, 주말마다 10~20㎞씩 달리다 보니 이젠 마라톤에도 나간다.  
 
우연히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하게 됐는데, 마라톤은 달리기의 연장이라고 하기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자신의 페이스를 흩트리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가야 한다는 원칙은 생각보다 지키기 어려웠다. 대회라는 것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경쟁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이나 뚱뚱한 사람에게 추월당하다 보면 무심결에 속도를 높이고는 지쳐버리고 만다. "역시 적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경쟁심이다. (중략) '속도 떨어트리기가 실은 속도 올리기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구나'라고 달리며 생각한다."
 
마라톤에 임하는 자세는 비장하지 않다. 꼭 완주하겠다는 다짐보단 뛰면서 세상과 사람을 관찰한다. 달리면서 보니 마라톤 주자들의 티셔츠 뒤쪽에 적힌 메시지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환갑 달리기, 앞으로도 계속 달리겠습니다', '해낼 테다' 등 죄다 긍정적인 말이다. 이런 건 어떨까. '이 대회가 끝나면 두 번 다시 달리지 않겠습니다'라거나 '지금 당장 지하철 타고 맥주 마시러 가고 싶다'라고 쓴 티셔츠를 입는 거다. 
 
하지만 더 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갑자기 다리가 막대기처럼 변하고 발바닥 감각이 없어져서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제부터 걸을까 싶지만 '여기까지 와서'라는 마음에 끝까지 뛴다. 오기일지 미련함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첫 완주에 성공한다. 그렇게 첫 풀코스 마라톤 기록은 4시간 43분. 첫 도전에 완주했지만 마라톤이 좋아지거나 풀코스 마라톤에 중독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매주 달릴 뿐이다. 물론 그 죽을 맛을 잊고 마라톤에 또 도전하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안다. 운동이란 게 오늘 안 하면 내일도 안 하고 싶고 다음 주도, 다음 달도 안 하게 될 게 틀림없다. 그냥 하는 거다. 거창한 목표도 필요 없다. 운동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다짐보다는 작은 원동력만 있으면 된다. 30분 운동하면 맥주 1캔을 포상으로 주는 거다. 마음이 해이해질 땐 눈도장 찍어 놓은 운동 장비를 산다. 장비가 아까워서 꾸역꾸역하다 보면 있을까 말까 한 자그마한 운동 욕구를 부추길지도 모르겠다. 배에 '왕(王)'자를 만들겠다는 헛된 꿈은 버리자. 그냥 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음에 감사하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즐거운 운동을 위한 어른의 여덟 가지 자세다.  
1. 무리는 금물!  
2. 높은 뜻을 품지 않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3. 이득을 얻으려 욕심내지 않는다.  
4. 그만두고 싶어질 때쯤, 값비싼 도구를 갖춰 마음의 시기를 늦춘다.  
5. 즐거운 이벤트를 만든다.  
6. 운동이 끝나면 고생한 나에게 포상을 준다.  
7.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8. 가슴 설레는 제안을 해주는 활동적인 어린 친구를 만든다.

 
저자는 달리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운동에 도전한 경험을 풀어낸다. 대단한 운동에 관한 팁을 말하지 않고 "운동이 얼마나 좋게요. 님들도 당장 시작하세요"라며 작정하고 힘주어 이야기하지 않지만 더 마음이 동한다.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 싶다. 몸을 움직여야겠다. 배가 더 나오기 전에, 본격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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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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