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대장정 끝낸 '포레스트 교안'…"지지층은 결집시켰지만 숙제 남았다"

중앙일보 2019.05.25 10: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오후 ‘민생투쟁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부터 대장정을 시작해 만 18일 간 전국을 돌았다. 누적 이동거리는 4080㎞다. 접경지대와 새벽 인력시장, 과수원, 바지락 채취장 등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잠은 대부분 마을회관과 민박집, 경로당에서 잤다. 국무총리 시절 황제 의전 논란을 불식시키고 대중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행보다. 
 
24일 대장정을 마친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 진정성을 갖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진정성이 통하고 신뢰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성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 대표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소중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처음 (대장정을) 시작한 부산 자갈치 시장”이라며 “‘힘을 모아도 다른 나라와 경쟁이 쉽지 않은데 왜 우리가 다투게 됐냐’는 시민의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포레스트 교안’ 아이디어 구체화한 황(黃)의 사람들
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황교안 대표. [뉴스1]

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황교안 대표. [뉴스1]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무의동 한 갯벌을 방문해 어민들의 일손을 돕고자 바지락을 캐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무의동 한 갯벌을 방문해 어민들의 일손을 돕고자 바지락을 캐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경북 안동시 화성동 경북유교문화회관을 찾아 안동지역 유림에게 큰절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경북 안동시 화성동 경북유교문화회관을 찾아 안동지역 유림에게 큰절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대장정’ 아이디어는 범여권이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밀어붙인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비상의원총회에서 처음 나왔다고 한다.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비공개 의총에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농ㆍ어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며 지지자를 확보하는 게 좋겠다. 원외 대표니 국회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않느냐”(이진복 의원)는 제안이었다.
 
영화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첫 사랑 제니가 떠난 뒤 3년 2개월 넘게 미국을 여러 차례 횡단하며 수많은 추종자들을 모았다. 이를 본 따 황 대표가 ‘포레스트 교안’이 돼 전국의 지지자들을 모아보자는 게 제안의 취지였다.
 
이후 당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황 대표와 고위 당직자들이 이같은 콘셉트에 공감하면서 당 조직은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한선교 사무총장과 추경호 당 전략부총장, 이헌승 대표 비서실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당 기획조정국 직원들과 회의를 하며 밑그림을 그렸다. 현지 세부일정은 대표실ㆍ기조국 관계자들이 방문지의 지역구 의원과 협의해 마련했다. 황 대표가 현장을 갈 때면 이헌승 실장과 당 대변인인 민경욱ㆍ전희경 의원이 황 대표를 마크했다. 당에서는 이번 ‘대장정’의 밑그림을 그리고, 황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이들 핵심 당직자들을 ‘황의 사람들’로 분류하고 있다.
 
외연 확장보다 지지층 결속…의도된 전략이었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오전 경북 영천의 한 과수농가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오전 경북 영천의 한 과수농가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철거된 GP를 방문해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철거된 GP를 방문해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보수 지지층은 결속했지만, 외연 확장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건 이번 ‘대장정’에 대한 당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의도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일정 자체가 전통적 당 지지층의 결속을 꾀한 측면이 있다. 황 대표는 ‘대장정’ 18일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7일을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에서 보냈다. 일정도 35개로 가장 많았다. 충청(4일, 15개 일정), 수도권(3일, 13개 일정)이 그 다음 순위였다. 반면 당 지지세가 약한 호남에서는 이틀을 보낸데다 하룻밤도 묵지 않았다. 이틀 중 하루는 5ㆍ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장정’의 첫머리에 ‘민생투쟁’이라는 어구가 붙은 것도 눈에 띈다. 대안보다 투쟁에 방점이 찍힌만큼 ‘대장정’ 기간 황 대표의 메시지도 강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고 경제 폭망 정책을 바로잡겠다”(7일),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21일),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이다. 이런 최악의 경제를 만든 문재인 정권은 분명 최악의 정권”(22일) 등의 발언이 나왔다. 보다 못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제1야당 대표로서 강경 발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24일 이같은 지적에 “현장에서 아픔과 고통을 보면 이야기가 더 세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장정’ 내내 돌발변수가 등장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출정식이 있었던 7일 첫 방문지였던 부산 자갈치시장이 문을 닫아 ‘준비부실’ 논란이, 12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방문한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는 합장거부 시비가 일었다. 18일 광주 5·18 기념식장에서는 김정숙 여사의 ‘악수패싱’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21일 인천 방문 때는 “대변인(짓)” 발음을 두고 막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외연확장 숙제 남았다” 포스트 대장정 향한 고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지도부는 ‘포스트(post) 대장정’ 전략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외연 확장이 황 대표와 한국당에게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경우 추가 장외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에서는 이에 대비해  ‘민생대장정 시즌2’, 청년·자영업자 등 테마를 잡아 현장을 방문하는 형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검토 중이다. 또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에서 열던 대규모 장외집회에 대해서도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대표는 24일 ‘외연 확장에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수결집, 외연확장을 생각하고 (대장정을) 시작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외연 확장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런 평가를 겸허히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의 대장정으로 모든 것을 얻거나 이룰 수는 없다. 앞으로 행보는 우리 사회가 통합·단합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지지층 외연확장에 나설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장정을 통해 정부 실정을 강조하면서 보수 지지층의 구심점을 만들고 결속하는 데는 성과를 낸 것 같다”면서도 “외연 확장을 해야한다는 데는 대다수가 공감하는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메시지가 주로 정권에 대한 비판에 집중되다 보니 대안제시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향후 극복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또 5·18 폄훼 발언 징계를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도 지지층 확장과 맞물린 사안이 될 전망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