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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뉴질랜드만큼 양극화 심한 우리나라

중앙선데이 2019.05.25 00:20 637호 29면 지면보기
김창우 기획에디터

김창우 기획에디터

오랜 친구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 왁자지껄 떠들다보면 어느새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투기꾼들 탓에 부풀어오른 집값 거품이 곧 터질거라는 얘기, 최저임금이 올라 저소득층의 상황이 좋아진 편인데 보수 언론이 이를 알리지 않고 자꾸 위기설만 유포한다는 얘기, 지난 정부의 대기업 중심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얘기다. 술 한잔 들어가면 “언론부터 갈아치워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기 일쑤다. 언론인이라는 죄로 술값은 내가 냈다.
 

팔마비율 OECD 바닥권이라지만
부유층 세금·사회보험 부담 늘어
2011년 이후로는 개선되는 추세
가장 불평등하다는 자학 떨쳐야

마침 통계청에서 ‘팔마비율’을 처음 발표하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빈부격차가 일곱 번째로 크다”고 밝혔다. 팔마비율은 가장 부유한 10%의 국민총소득(GNI)을 가장 가난한 4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격차가 심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팔마비율은 2017년 기준 1.44배다.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팔마비율이 1 미만으로 격차가 작다. 우리나라보다 빈부격차 정도가 더 큰 국가는 미국(1.77), 터키(1.91), 멕시코(2.5), 뉴질랜드(1.43) 등 6개뿐이다. 그런데 OECD는 경제 우등생 모임이 아니던가. 여기서 꼴찌라고 세계 최고라 자학할 이유가 있을까.
 
지난 성과를 되짚어보면 더더욱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팔마비율은 2011년 1.74에서 2015년 1.42까지 낮아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꾸준히 개선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이 아니라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팔마비율 변화는 더 흥미롭다. 2011년 2.05에서 2015년 1.79까지 낮아졌다가 2017년에는 1.9까지 올라갔다.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사이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2015년 이후 고소득층이 그만큼 많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했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은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을 제외한 것이다. 대기업과 자산가들의 주머니만 두둑해졌다는 통념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통계청이 내놓은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집계에도 잘 나타난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5%(1만9400원)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분기(-0.7%)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상위 20%가 4.2%, 하위 20%가 3% 각각 줄었다. 하위층은 일자리가 줄어든 탓에, 상위층은 경기침체로 상여금 등이 줄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또 하나의 이유는 세금·이자·사회보험료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7만8000원으로 소득의 22.3% 수준이다.
 
팔마비율과 마찬가지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의 배율)은 9.9배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반면 가구원 수를 감안해 처분가능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산한 균등화 5분위배율은 5.8배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책적 노력의 확대로 저소득층 소득 급락이 멈추면서 1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균등화 5분위배율이 0.15포인트 낮아졌다”고 자찬했다. 그런데 이 배율은 2009년 5.93으로 가장 높았다가 2015년 4.86까지 낮아졌다. 수치만 보면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기에 소득불균형을 획기적으로 완화한 셈이다. 2017년에 급격히 나빠진 것은 전 정권 탓이라고 쳐도, 올해 좋아진 것은 세금과 사회보험료 열심히 낸 고소득층 덕일 것이다. 친구들아, 다음에 만나면 술값은 니들이 내라.
 
김창우 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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