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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죄책감에 극단 선택? 사업가 납치살해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9.05.24 11:29
폭력조직 부두목을 만나러 집을 나섰던 50대 부동산업자가 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범들에 대해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공범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이유도 조사하고 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공범 A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혐의로 B씨(61)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B씨가 회복되는 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사실상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국제PJ파 부두목(60)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 광주광역시의 한 노래방에서 부동산업자를 납치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기도 양주시청 부근 주차장에 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50대 부동산업자를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조직폭력배 부두목을 쫓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조씨에게 협력한 공범들이 경기도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한 뒤 택시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은 50대 부동산업자를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조직폭력배 부두목을 쫓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조씨에게 협력한 공범들이 경기도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한 뒤 택시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공범들 관리대상 조폭은 아니지만, 국제PJ파 부두목과 친분 
공범인 A씨와 B씨는 범행 후 시신이 유기된 장소 인근 모텔에서 수면유도제를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둘 다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B씨는 며칠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현장에선 '양주경찰서장님께'라고 적힌 유서도 나왔다. 유서엔 "죄송하다. 내가 때렸는데 숨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범 두 사람은 나이는 다르지만 10년 전부터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경찰이 관리하는 국제PJ파 폭력 조직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아 조폭 조직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공범 A씨와 국제PJ파 부두목은 친분이 있었다. A씨는 과거 교도소에서 생활할 당시 함께 수감 중이던 부두목과 알고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두목이 완전 범죄를 위해 A씨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두목은 과거에도 납치·감금 범죄를 3차례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 사주 납치사건’을 주도했다. 부두목은 당시 광주의 모 호텔 사우나에서 건설사 대표(당시 49세)를 전기충격기로 위협해 납치하고 5시간 넘게 차에 태워 끌고 다니며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범행에는 국제PJ파 조직원 10명과 다른 조직원 5명 등이 개입됐다. 부두목은 이후 5개월 넘게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07년 4월 경찰에 붙잡혔다. 
 
공범들 자살 시도는 죄책감? 부두목 도피? 
조폭 부두목인 B씨가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 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조폭 부두목인 B씨가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 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경찰은 공범들이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범행 후 죄책감이라고 하기엔 의심쩍은 부분이 있어서다. 공범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부동산업자)이 반말을 하길래 발로 찼더니 숨졌다"며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부두목을 도피시키기 위해 시간을 벌 목적으로 전략을 짰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공범들이 부두목의 협박·강요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부두목이 공범들에게 금품을 건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가 실제로 공범들이 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필적 감정도 할 예정이다. 
 
부두목의 친동생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부두목의 친동생(58)에 대해 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두목의 동생은 형 등과 공모해 지난 20일 오전 1시쯤 광주 서구 한 노래방에서 의식이 없는 부동산업자를 차량에 태워 서울 강남구 논현동까지 데리고 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부두목의 동생은 "형의 연락을 받고 노래방으로 갔더니 만취 상태의 피해자를 남성 2명이 차에 태웠다. 낌새가 수상해 논현동에서 내려 돌아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기북부경찰과 광주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달아난 부두목의 행방을 쫓고 있다.
최경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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