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단독] 방사청의 배신···'오이피클'이 '단무지'에 열받은 사연

중앙일보 2019.05.24 05:00
방위사업청이 ‘오이피클’ 납품회사 입찰공고를 하고 단무지 업체를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위사업청 정문. [중앙포토]

방위사업청 정문. [중앙포토]

오이피클 제조회사인 A사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이피클 제조업체 입찰공고를 냈다. 오는 6월부터 1년간 군부대 사병 급식용으로 쓰일 오이피클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방위사업청은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지난 4월 26일 B사를 선정한 다음 이 회사와 계약까지 마쳤다.  
 
그러자 B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한 A사가 반발했다. 오이피클 납품실적이 없는 회사를 선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위사업청도 “B사는 수년간 단무지를 생산해왔지만, 방위사업청 등에 오이피클을 납품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경기도 안성에 공장이 있는 A사는 지난 4년간 방위사업청에 연간 약 7억원어치의 오이피클을 납품해왔다. 또 지난해부터는 매실 피클도 공급했다. A사 관계자는 “오이피클 입찰 공고 문안의 적격심사항목 및 배점 한도에 납품실적은 핵심 요소”라며 “오이피클 업체를 선정한다고 공고를 해 놓고 어떻게 단무지 회사를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피클과 단무지는 제조 공정과 공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생산설비도 별도로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의 오이피클 공고문. 입찰건명에는 오이피클로 명시하고 단무지 회사를 선정했다.

방위사업청의 오이피클 공고문. 입찰건명에는 오이피클로 명시하고 단무지 회사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최근 방위사업청 옴부즈맨, 방위사업청 감독관, 등에 “물품 심사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심사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위법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오이피클과 매실 피클을 만들어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액의 대부분은 군납으로 발생한다. 회사 측은 “군에 오이피클을 납품할 수 없어 회사 운영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 용어사전에 따르면 피클이나 단무지 모두 절임류 식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단무지도 피클처럼 식초나 소금물에 절여 담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피클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한 결과도 피클 범위에서 단무지를 배제할 근거가 없었으며, 단무지 회사를 선정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1일 별도의 입찰공고를 통해 단무지 공급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A사는 “피클이나 단무지나 같은 종류의 식품이라면 왜 입찰공고에 ‘계약 목적물(계약 대상) 범위를 시중에 유통되는 동종물품(피클)’으로 한정해 명시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입찰과정에서 절임류로 명시하지 않은 채 업체를 선정해 혼선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식품 전문가들은 방위사업청의 해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육홍선(50) 교수는 “피클과 단무지가 같은 절임류 식품이어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은 또 다른 절임류 식품인 김치나 젓갈이 피클과 성격이 같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육 교수는 “피클과 단무지는 같은 절임 식품이라 해도 피클은 주로 피자 등을 먹을 때 쓰고, 단무지는 짜장면 등 중국 음식 반찬으로 쓰이는 등 용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