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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붙은 꼬리표

중앙일보 2019.05.24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 인사를 전망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중심 축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자리하고 있다. ‘윤석열 대(對) 다른 후보군’의 대결 양상이다. 김인회 인하대 교수가 의외의 인물, 또는 복병으로 등장했지만 이내 없던 일이 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책을 집필한 인물이다. 본인이 고사하지 않았다면 검찰이나 국민에게 난감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자리’ 자격은
청와대 실세와의 인연이 아닌
국민의 검찰이 되려는 자세

먼저 연수원 기수에 따른 서열식 인사를 예상하는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주로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다. 법무부는 검증에 따른 보안을 이유로 후보군에 오른 검찰 간부들의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연수원 19, 20기인 고검장급은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23기의 윤석열이 총장으로 발탁될 경우 이들 중 상당 수가 옷을 벗어야 해 조직에 주는 충격파가 너무 크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검찰의 연소화는 가뜩이나 정치적 외풍에 약한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사법부와의 조직적 대칭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하나는 검찰 내부 논리를 일축하는 관측이다. “검찰의 잘못된 관행 마저 존중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힌트가 있다. 조직내 서열에 따른 인사는 검찰 개혁을 국정의 중심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다. 16년 전인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를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내부 논리를 낡은 관행으로 치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상명 전 총장이 후보추천위원장을 맡고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있는 상황도 윤석열에겐 불리하지 않은 구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과 윤대진은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같이 수사하면서 정상명 당시 총장에게 사표를 불사하며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일견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反)작용이 따르는 법. 윤석열에겐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적폐수사에서 그를 둘러싼 평가는 극단을 오가고 있다. “뚝심 있게 수사를 밀고 왔다”는 집권세력의 평가 속에서도 정치적 편향성과 짜맞추기식 강압수사를 지적하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드세다. “문무일은 행정 총장이고,윤석열은 수사 총장”이란 수군거림도 계속된다.
 
나머지 후보들은 어떨까. 어떤 이는 ‘점잖은 검사’라는 이유로, 어떤 이는 ‘정권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하마평에 오른다. 문무일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마지막에 항명 아닌 항명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다.  
 
이들에겐 또 그럴 듯한 꼬리표도 붙어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강기정 정무수석 등의 지원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호사가들의 입담일 수도 있고,실제 치열한 물밑 작업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호감을 갖고 있는 변호사들과의 인연도 한 끈이 되고 있다. 총장직이 어려울 경우 차기 민정수석을 겨냥해 포석을 놓고 있는 이들도 있다. 조 수석의 퇴임에 대비한 것이다.
 
준 사법기관의 최고 책임자를 임명하는데 공평 무사한 사건 처리나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영국의 한 검찰총장이 말한 것처럼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를 맡으려는 이들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도 없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총장 임명 소식날을 빼곤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건 수사에 대한 고심도 고심이지만 정치적 압력을 처리하는게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들이다. 문무일도 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한차례 짐을 싸는 소동을 벌였다. 참모들이 대검 청사 8층 전체를 봉쇄한 채 화를 진정시켰다. 감당할 수 없다고 감당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자리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유형의 검찰총장을 목격했다. 정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총장, 자리 욕심에 조직의 운명을 시험하는 총장,결정은 하지 않은 채 자리만 지키는 총장,공적은 가로채고 책임은 후배에게 미루는 총장….  
 
이번에도 가장 위대한 총장의 탄생을 바라지만 입맛이 쓴 건 여전하다. 이들에게 붙어있는 꼬리표가 잘 처리됐으면 하는게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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