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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국익 위해 헌신한 노무현…기념비적 한·미 FTA 체결”

중앙일보 2019.05.24 00:16 종합 4면 지면보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손녀 노서은, 아들 노건호(앞줄 오른쪽부터)씨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손녀 노서은, 아들 노건호(앞줄 오른쪽부터)씨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8차례 만났다. 다른 국익, 다른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북핵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줄다리기를 한 사이다.
 

김정숙 여사와 함께 추도식 입장
“그는 겸손하고 용기있고 따뜻해”
문 대통령, 부시와 45분간 면담
“추도식 참석은 한·미 동맹 상징”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나란히 추도식에 입장한 뒤 김정숙 여사 바로 왼쪽에 자리했다. 추도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저희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그 차이가 한·미 동맹의 중요성, 공동의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미 FTA를 두고는 “기념비적인 새로운 협정을 협상·체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인권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추도식에 참석하려는 추모객들(오른쪽 사진). [송봉근 기자]

같은 날 추도식에 참석하려는 추모객들(오른쪽 사진).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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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에 앞서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한 그는 “인권에 헌신하면서 친절하고 따뜻한,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 아주 겸손한 한 분을 그렸다”면서 “훌륭한 업적 외에 그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가치와 가족, 국가, 공동체였다”고 말했다. 노무현 재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미래를 바라보았던 선구자이자 친절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면서 권 양숙 여사가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을 새긴 판화(작가 정찬민)와 10주기 티셔츠(그림 윤태호 )를 답례로 선물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45분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아주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손수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유족들에겐 그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은 웃으면서 “그림이 노 전 대통령과 닮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을 두고 노·부시 두 정상 간 인연을 되짚는 이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은 “당시엔 부시가 참 미웠다. 이라크 파병을 노 전 대통령이 원해서 했겠나. 그런데 10주기를 맞아 초상화까지 들고 오겠다는 것을 보면서 미움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 언급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호연은 아니었다.  
 
2003년 5월 첫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 남북 교류를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한 데다 이라크 파병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해 11월 미국이 BDA(방코델타아시아)를 제재하면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였던 북핵 6자회담도, 한·미 관계도 얼어붙었다. 2006년 11월이 돼서야 미국의 대북 기조가 바뀌었다. 2009년 1월 퇴임한 부시는 2010년 쓴 자서전 『결정의 순간』 한국판 서문에 “2009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졌음을 밝히고 싶다”고 썼다.
 
권호·위문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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