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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건보료 등 매달 107만원…소비에 쓸 돈 10년만에 감소

중앙일보 2019.05.24 00:09 종합 6면 지면보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제 가구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전체 가구)도 10년 만에 줄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6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5% 줄어든 월 125만4700원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감소 폭은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1분위의 근로소득은 40만4400원으로 14.5%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불황 등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0.67명이던 1분위 취업가구원 수는 올해 1분기 0.64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1분위의 소득 감소 폭을 줄인 것은 공적연금·기초연금·사회수혜금 등 ‘이전소득’이 늘어난 덕분이다. 전년 대비 5.6% 늘어난 63만1000원으로, 1분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세금을 많이 거둬 나눠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러나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저소득층이 일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쪼그라든 반면 각종 지원금이 늘면서 생활을 정부 등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소득도 99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2016년 1분기부터 이어졌던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2~4분위의 소득은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전 분기에 걸쳐 감소하던 2분위 소득이 플러스로 전환된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으로 따지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4만8000원으로 0.5% 줄었다. 벌어들인 돈보다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료·이자비용 등 매달 의무적으로 내는 ‘비소비지출’(107만8300원)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면서 나온 결과다.

 
이렇게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분기(-0.7%)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가계소득 증가가 1.3%로 낮은 수준인 반면 비소비지출은 8.3%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기대했던 ‘소득주도성장’의 효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정부는 당초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전체 소비를 늘리고 성장을 이뤄갈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관련 표본을 바꾼 뒤 올해 처음 발표하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는 나아졌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되레 안 좋게 나왔다”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먼저 없애면서 이들의 소득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지난해 1분기(5.95배)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1분위 소득이 줄었지만, 5분위 소득이 더 많이 줄어든 영향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때인 2009년(5.93배)과 2010년(5.82배) 수준과 비슷하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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