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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소득 양극화…30년 뒤엔 분노의 거리정치 일상화”

중앙일보 2019.05.24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만남과 소통·화합의 공간이 되어야 할 광장이 갈등의 상징이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젠 도로보다 더 넓어진 광화문광장이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각종 단체의 집회와 시위로 어지럽습니다. 늘 있었던 보수·진보들의 고함소리 뿐 아닙니다. 지난 주말에는 국내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에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성장에서 보존으로 옮겨가야 한다며 산업정책에 환경규제 심사를 요구했습니다. 그 옆에는 난민·다문화·동성애 등에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단체가 동시에 맞불집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로 눈 돌리면 딴 세상입니다. 정치적 이념 갈등 속 진보·보수로 구분되는 양당 구도가 오랜 전통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광장에 쏟아진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여유가 없습니다.’
 

⑪ 한국 정치·행정 어떻게 변할까
진보·보수 양당구도로 치우치면
경제불평등, 이념갈등 확대 우려

“소수자·중도 목소리 담아내게
의원 다양성 확대할 제도 필요”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정치·행정 부문 예측은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30년 뒤에 돋보기를 통해 본 듯한 느낌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의 모습을 ‘분노를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란 표현으로 압축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정당학회측은 정치·행정 분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동인(動因)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념 갈등과▶문화 갈등▶정부 신뢰▶지방 자치▶전자민주주의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이 다섯 가지 동인이 별다른 정책 개입 없이 지금의 추세대로 지속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가 이른바 ‘정체 시나리오’인, 진보·보수의 양당제 강화와 다양한 문화 갈등이다. 양당제가 심화하는 정체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복지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결과적으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적 갈등이 지속할것으로 예상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문화 210만명, 3배로 늘어날 듯=통계청의 ‘소득 5분위 배율 추이’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이 계속 악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1999년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하위 20% 소득의 3.72배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이 배율이 4.46배에 달했다.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 변화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1999년 4배에 좀 못 미치던 5분위 배율은 2016년 6.27배까지 치솟았다. 시장소득은 개인이 직접 벌어들인 소득을, 처분가능소득은 저소득층의 경우 복지혜택 등이 들어간 경우를 뜻하므로, 국가의 지원이 없다면 실제소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마찬가지로 이념 양극화 또는 갈등 역시 조사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사기관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007년까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또 다른 변화며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의 인구수와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인구는 2010년 30만명 정도였으나 2018년 65만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 2050년에는 2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경제적 불평등이 지속하고 복지 확충을 둘러싼 이념적 논란이 심해지면서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여기에 이민과 종교·성(性)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의 권리와 차별금지 등의 쟁점을 둘러싸고 문화갈등이 지속적으로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문화적 차원의 진보-보수가 경제적 차원의 진보·보수에 합쳐지면서 기존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변화와 갈등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점차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투표, 대의제 단점 보완 가능”=한국정당학회는 이런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개혁과제로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원내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을 첫째로 제시했다. 대표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늘어나면서 사표 발생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유권자의 의사가 국회 의사 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민주주의 제도화도 중요한 개혁과제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전자투표와 인터넷 등을 활용한 국민 발의·청원제도 확대는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다만 전자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이나 정치적 갈등의 단순한 표출수단으로 흘러 대의 민주주의 위협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한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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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