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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한국은 분노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

중앙일보 2019.05.23 17:07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국민주권연대 회원들과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마친 뒤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행사와 집회로 북새통을 이뤘다. 2018.11.3/뉴스1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국민주권연대 회원들과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마친 뒤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행사와 집회로 북새통을 이뤘다. 2018.11.3/뉴스1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⑫정치·행정 
 

‘만남과 소통ㆍ화합의 공간이 되어야 할 광장이 갈등의 상징이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젠 도로보다 더 넓어진 광화문광장이 주말뿐 아니라 주 중에도 각종 단체의 집회와 시위로 어지럽습니다. 늘 있었던 보수-진보들의 고함소리 뿐 아닙니다. 지난 주말에는 국내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에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성장에서 보존으로 옮겨가야 한다며 모든 산업정책에 환경규제 심사를 요구했습니다. 그 옆에는 난민과 다문화ㆍ동성애 등에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단체가 동시에 맞불집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로 눈을 돌리면 딴 세상입니다. 정치적 이념 갈등 속 진보와 보수로 구분되는 양당 구도가 이젠 마치 오랜 전통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광장에 쏟아져 나오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여유가 없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정치ㆍ행정 부문 예측은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30년 뒤에 돋보기를 통해 본 듯한 느낌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의 모습을 ‘분노를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란 표현으로 압축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정당학회측은 정치ㆍ행정 분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동인(動因)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념 갈등과 ▶문화 갈등 ▶정부 신뢰 ▶지방 자치 ▶전자민주주의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이 다섯 가지 동인이 별다른 정책 개입 없이 지금의 추세대로 지속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가 이른바‘정체 시나리오’인, 진보-보수의 양당제 강화와 다양한 문화 갈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양당제가 심화하는정체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복지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결과적으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적 갈등이 지속할것으로 예상한다.  
 
통계청의 ‘소득 5분위 배율 추이’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이 계속 악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1999년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하위 20% 소득의 3.72배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이 배율이 4.46배에 달했다.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 변화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1999년 4배에 좀 못 미치던 5분위 배율은 2016년 6.27배까지 치솟았다. 시장소득은 개인이 직접 벌어들인 소득을, 처분가능소득은 저소득층의 경우 복지혜택 등이 들어간 경우를 뜻하므로, 국가의 지원이 없다면 실제소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체류 등록거부와 추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중앙포토]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체류 등록거부와 추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중앙포토]

 
경제적 불평등과 마찬가지로 이념 양극화 또는 갈등 역시 조사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사기관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007년까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변화며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의 인구수와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인구는 2010년 30만 명 정도였으나 2018년 65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 2050년에는 2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경제적 불평등이 지속하고 복지 확충을 둘러싼 이념적 논란이 심해지면서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여기에 이민과 종교ㆍ성(性)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의 권리와 차별금지 등의 쟁점을 둘러싸고 문화갈등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문화적 차원의 진보-보수가 경제적 차원의 진보-보수에 합쳐지면서 기존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변화와 갈등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점차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정당학회는 이런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개혁과제로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원내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을 첫째로 제시했다. 대표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늘어나면서 사표 발생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유권자의 의사가 국회 의사 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민주주의 제도화도 중요한 개혁과제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투표와 인터넷 등을 활용한 국민 발의ㆍ청원제도 확대는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다만 전자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이나 정치적 갈등의 단순한 표출수단으로 흘러 대의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지 않도록 법적ㆍ제도적 한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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