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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강효상 사태…"기밀누설 엄벌" vs "불법감찰 고발"

중앙일보 2019.05.23 13:53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 K씨(54)가 지난 7일 있었던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유출한 사건이 23일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다. 범여권에서는 “K씨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보수야권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불법감찰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는 ‘보안조사’를 합동으로 벌여 K씨를 적발한만큼 징계나 형사처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이미 K씨로부터 “통화내용을 열람했다”는 진술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법 조항(외교상 기밀누설죄)을 들어 후속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쟁에 활용하기 위해 외교안보기밀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나쁜 습관은 제2의 NLL 사태와 같다.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밀 누설행위를 배후조종, 공모한 강 의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DJ정부 말, 보건복지부 과장이 국장ㆍ차관ㆍ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은 사항을 언론에 유출시킨 소동이 있었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수석회의에서 인사조치를 지시했다. 엄벌에 처해야 공무원 기강이 확립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정현 대변인도 “향후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강효상 의원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동료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동료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자유한국당은 외교부가 K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은 게 불법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강요된 동의에 의한 (K씨 휴대전화) 임의제출은 의미 없는 형식절차에 불과하다. 헌법의 영장주의를 무력화하는 불법 감찰이나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걸 외교 민낯 들키자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씌웠다. 법적 제도 개선은 물론 기본권 침해에 대해 고발·수사의뢰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다른 의원들도 ‘휴대전화 임의제출 감찰’의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곽상도 의원은 “미·중·일 라인 10여명을 포렌식 해 외교부에서 2명이 여직원 사생활이 문제 돼 인사 조처 됐다. 교육부 4급도 사학비리 관련 제보를 받아 포렌식을 했는데 다른 비리로 교육부에 통보했다”며 “이런 것들이 임의로 자행되는 세상이 적법한 세상이냐”고 따졌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휴대전화 빼앗아서 보는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 기본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의원 역시 회의에 참석해 “청와대는 국민과 본 의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본인 기자회견에 대해서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을 통해서 본인을 무책임한 거짓말쟁이로 몰았다”고 말했다.
 
한국당 공세가 이어지자 이번엔 청와대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공익제보라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라며 “두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이 공익제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당시 청와대 브리핑이 결국 국민을 속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상 통화의) 어떤 내용이 사실이고 어떤 내용이 틀렸는지 말하는 것조차 기밀 누설이다. 기존에 ‘사실과 다르다’고 한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불법 감찰 공세에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불법이 없다”고 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은 '청와대가 외교부 여직원 사생활, 과기부 6급 공무원에 포렌식 했고, 교육부 4급 공무원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포렌식 통보한 것은 불법 감찰이고 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1]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은 '청와대가 외교부 여직원 사생활, 과기부 6급 공무원에 포렌식 했고, 교육부 4급 공무원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포렌식 통보한 것은 불법 감찰이고 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1]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외교관·정치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모두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며 “이 이슈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청와대를 비롯한 당사자 모두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통화내용 유출자로 지목된 K씨와 강 의원은 대구 대건고 선후배 사이다. 강 의원은 정상 간 통화 이틀 뒤인 9일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강 의원은 당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하순 일본을 방문한 후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에 돌아가는 귀로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 ‘주한미군 앞에서 만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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