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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화두 된 노무현의 말은…“돌아보니 물을 가른 것 같다”

중앙일보 2019.05.23 11:16
‘바보 노무현’은 생전의 말로 되살아난다.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사법개혁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에 그 뿌리와 동력원이 있다. 개혁의 선봉장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 맥락을 대놓고 얘기한다. 23일 10주기를 맞아서도 페이스북에 그런 메시지를 올렸다.
 
5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당정청 협의회가 열렸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5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당정청 협의회가 열렸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 수석은 23일 올린 글에서 “권력기관 개혁,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시장 존중과 복지 강화, 남북평화와 공영 등은 그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고자 한 과제였다”면서 “우리가 이 과제를 계속 추진하는 한, 그는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보 노무현, 기득권 동맹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실용주의적 진보’의 길을 열어나간 열혈남아였다”라고도 했다. 이어 “서거 10주기를 맞이해 뜨거웠던 사람, 소탈했던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재차 빈다”고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조 수석이 지난 3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나왔을 때도 의미 있게 다뤄졌다. 한 시간여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등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개혁 방형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관통하는 말을 소개했다.
 
지난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당시 유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른 것 같다’고 하더라. 공수처 등 검찰개혁도 그중 하나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돌아보니 물을 가르고 온 것처럼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 말은 권력기관 개혁의 화두가 됐다. 유 이사장은 “그 말씀을 듣고 ‘많은 일을 하셨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사실상 위로의 말을 해야 할 만큼 노 전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을 못 한 것을 아쉬워했다는 얘기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도 ‘칼로 물을 벤 것처럼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면서 자신에게 사법개혁의 과제를 줬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정권이 바뀌어도 되돌릴 수 없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인사 검증 실패 등 야당의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조 수석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그 과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고집스런 신념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9일 ‘검사와의 대화’로 시작된 ‘기득권 동맹’과의 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란 얘기다.
 
2003년 3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9층 회의실에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검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3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9층 회의실에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검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의 분위기는 더불어민주당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공수처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것도 사명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이르기 직전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반대 의견에 부닥치자 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청의 강한 드라이브는 현재도 검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 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리고자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등 참석자들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등 참석자들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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