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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중독은 질병"···그럼 게임 병가내도 되나요

중앙일보 2019.05.23 05: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게임 중독은 질병일까요?
 
의견이 분분한 난제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질병’이라는 규정을 곧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스위스에선 지난 20일부터 WHO 총회가 열리는 중인데, 오는 27일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이 의결될 예정입니다.  
PC방에서 시민들이 게임하는 모습. [중앙포토]

PC방에서 시민들이 게임하는 모습. [중앙포토]

 
ICD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안이 정식 통과되면, 각국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에 따라 새 질병코드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 ‘권고’인만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기구(WHO)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선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우선 게임업계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WHO에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 태도 등 다양한 심리ㆍ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 게임 때문만은 아니다”는 내용입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의료계를 향한 공개비판을 했습니다. 그는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원인을 찾아야 치료할 수 있는데 게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할 리 없고, 제대로 치료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건 결국 의료업계의 잇속 챙기기 아니냐. 국내에선 국민의 70%가 게임 이용자로 분류된다. 게임 중독이 질병이 되는 순간 이들이 모두 의료계의 잠재적 고객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질병 분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은 75억 달러로 과반(56.6%)에 이릅니다. 방탄소년단(BTS) 등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6.8%)보다 8배 이상 큰 수치입니다.  
 
실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WHO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게 되면 게임 산업이 위축돼 향후 3년 동안 1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대로 질병 분류를 찬성하는 입장에선 게임으로 인한 범죄 등을 근거로 이번 결정을 환영합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는 최근 방송 토론회에 나와 “게임 자체는 문제가 없더라도, 게임 과몰입으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자극적이고 과도한 일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보건의학계의 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윤경 ‘인터넷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게임 과몰입이 실존하니만큼 WHO 총회에서도 질병 코드 분류가 되는 것 아니냐"며 "게임업계는 그동안 이익창출에만 골몰했는데, 이번엔 협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게임 중독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부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세 추진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의혹 어린 시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질병 분류가 되면 정부는 당연히 게임 중독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술ㆍ담배ㆍ도박 중독 등 기존 질병들이 관련 세금을 걷고 있는 만큼, 형평성을 빌미로 게임 역시 세수 확보에 나설 거란 주장이죠.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고 사항일 뿐인 WHO 개정안을 우리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이번 WHO 총회에서 반대 입장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의료계의 고객 확보와 정부의 세수 증대라는 목적이 맞물리면서 보건복지부가 순순히 WHO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WHO가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게임 이용자를 환자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삥(세금)까지 뜯으려고 한다”며 온라인에선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리트윗 9800여회를 기록한 게시글이 화제인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럼 게임중독으로 병가 내도 되나요?”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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