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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이어 재정확대 직진, 문재인 경제 다음은 증세?

중앙일보 2019.05.23 00:07 종합 4면 지면보기
뜨거워지는 재정 확대 논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는 지적을 당했다. 사진은 21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홍 부총리(왼쪽)와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둘째).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는 지적을 당했다. 사진은 21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홍 부총리(왼쪽)와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둘째). [연합뉴스]

올해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OECD 2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 전망이 어둡고, 최저임금제·주52시간제 등의 여파로 내수 침체마저 장기화되는 마당에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재정밖에 없는 형국이다.
 

최저임금 등 영향 내수침체 계속
경기 살릴 카드 ‘재정’ 밖에 없어
“경착륙 방지” “미래 부담” 논쟁 속
재정확장, 증세로 연결 가능성 커

특히 내년에 총선이 열리기 때문에 여권은 2020년도 예산 규모를 가급적 키우려고 한다.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이 넘는 수퍼예산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예산을 짜려면 정부가 빚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의 기준이 GDP 대비 국가채무 40%인 근거가 뭔가. 우리는 적극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논쟁이 촉발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국가채무 증대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잡아먹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재정확대 정책은 세계적 흐름
 
사실 재정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과 철학을 공유하는 이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여권 인사들은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하자는 게 소득주도 성장이며, 이는 신케인스주의”라고 말한다. 유효수요 창출을 위한 재정 투입이란 측면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재정확대는 닮은꼴이다.
 
복지확대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선상 재정확대는 필연적 귀결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은 대부분 재정확대를 기반으로 한다.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면제로 사회기반시설에 돈을 쏟아붓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예산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사업의 실효성을 따지는 게 예타인데, 문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에 저해된다”며 예타 면제라는 초유의 카드를 들고나와 24조원을 지출키로 결정했다.
 
역대 정부 예타 면제 사업 규모

역대 정부 예타 면제 사업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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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정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는 “세계적으로 이자율 자체가 낮은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통한 금융정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다만 관건은 얼마나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냐는 점인데, 현 정부는 아직 이 부분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이 정부가 빚을 내야 할 때인지, 상환할 여유는 있는지 여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38.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9.5%→2020년 40.3%→2021년 41.1%→2022년 41.8%로 점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나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신인도가 떨어지지만 올해는 경기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확장재정이 필요하다”(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주장과 “우리나라는 국가 예산이 470조원 정도 되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란다는 건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민간 경제 활력에 주력할 때지 현금을 뿌릴 때가 아니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증세카드, 총선 전엔 안 꺼낼 듯  
 
물론 정부는 아직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벌어질 급격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정부가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 재정확대는 단골 논란거리였다. 특히 재정확대를 선호하는 진보정권에서 논란이 더욱 뜨거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신년사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오히려 감세정책을 펴야 한다”고 맞서면서 논쟁이 불붙었다.
 
그랬던 박근혜 정부도 기초 노령연금 도입 등으로 재정확장 기조를 이어갔다. 2015년 9월엔 당시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 GDP 대비 4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재정확장은 증세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3년간은 세수 풍년이었기 때문에 세율 인상 얘기가 안 나왔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1분기에 국세 78조원을 거뒀는데, 1년 전보다 8000억원이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국세 수입의 증가세가 당분간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정지출을 효율화해 중장기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수를 늘리려면 중·장기적으론 성장률을 높이거나 세율을 올려야 한다. 때마침 여권에서 조세부담률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통인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IMF(국제통화기금)가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대기업 법인세를 올리거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증세 얘기를 꺼내는 건 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증세 논쟁은 내년 총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권호·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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