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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北대변인'만 나오면 싸운다···벌써 4번째 여야공방

중앙일보 2019.05.22 11:29
‘북한 대변인’ 표현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9월 26일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란 표현을 쓴 이래 ‘북한 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이 극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21일 발언을 둘러싼 논쟁은 벌써 4라운드 격이다.
 
1라운드. 김병준 “에이전트…北수석대변인보다 부드러운 표현”
김병준 당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22 [뉴스1]

김병준 당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22 [뉴스1]

 
지난해 10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유럽 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아니면 북한 에이전트로서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22일)고 비판하면서 ‘대변인 공방’의 포문이 열렸다.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막말과 독선이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에이전트는 부드러운 표현이다. 외신에선 월급 받는 Top spokesman(수석대변인)이라 하지 않았냐”며 재반박에 나섰다.
 
2라운드. 교섭단체 연설까지 중단된 극한 충돌
나경원 발언에 항의하는 홍영표 [연합뉴스]

나경원 발언에 항의하는 홍영표 [연합뉴스]

 
1라운드는 전초전 격이었다. 2라운드가 벌어졌던 지난 3월 충돌은 격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12일)고 하자, 국회 본회의장은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과 이에 반발하는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되며 연설이 한동안 중단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철희 의원이 단상으로 이동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멈추도록 요청했다. 이 의원은 자신을 가로막는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언쟁을 벌였다. 단상 부근에선 이철희 의원이 “어떻게 (문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부릅니까 이따위 발언을…”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계속하세요”라고 연설을 재촉했지만, 민주당 의석에선 “그만해라” “끝내” “들어가”라는 등의 고성이 쏟아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경원 내려가” “사과하세요” 등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전희경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의 입을 틀어막냐”고 고함을 쳤다.
 
3라운드. 외신기자들까지 비판 나선 국제전
지난해 9월 26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낸 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이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26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낸 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이다. [홈페이지 캡처]

 
3라운드는 2라운드의 바통을 이어받아 진행됐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외신 기사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한국당 반응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이 기사를 최초 보도한 블룸버그 통신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직접 공격에 나섰다. 이 대변인은 당시 논평을 통해 “그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서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 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평했다. 해당 기자를 향해서는 “검은머리 외신기자”라고 표현했다.
 
‘검은머리 외국인’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에 외신기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등이 민주당에 즉각 논평 철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민주당 논평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해하는 행위다.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보도 기사와 기자를 존중하며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변인은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몇 가지 표현을 논평에서 삭제하고 기자 성명과 개인 이력을 언급한 부분도 삭제함으로써 서울 외신기자클럽 등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다”고 물러섰다.
 
4라운드. ‘독재자의 후예’ 아니라 ‘대변인짓’에 쏠린 관심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21일 ‘대변인’, ‘대변인짓’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4라운드 격이다. 처음에는 이번 발언의 초점이 ‘독재자의 후예’에 맞춰져 있었다. 문 대통령이 5ㆍ18 기념식장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한 말을 “진짜 독재자의 후예가 누구냐”며 황 대표가 반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 대표가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는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도 못하니까 (오른손으로 객석 앞을 가리키며) 여기서 지금 대변인(짓) 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라는 발언을 한 뒤 여권과 언론의 초점은 ‘대변인(짓)’ 표현 여부로 쏠렸다.
 
‘대변인 짓’ 표현을 두고 막말 논란이 제기되자 황 대표는 연설 2시간 뒤,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 대표자들과 간담회 이후 “대변인 짓이라 발언한 게 맞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변인 짓이라고? 내가? 그렇게는 안 했다”고 해명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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