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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눈치 안보고 내가 챙겨 먹는 끼니, 맛있다

중앙일보 2019.05.22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22)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아침엔 계란프라이, 버터 발라 구운 토스트 빵 두 조각
그리고 커피 한잔.
 
점심엔 마누라가 지어 놓은 밥통의 현미밥 반 공기
미역국, 김치, 김 다섯 조각.
 
저녁엔 맵지 않은 튀김 우동 컵라면
혹은 고기만두. 콩나물무침, 명란
그리고 먹다 남은 소주 반병.
 
삼시 세끼, 이제 마누라 손 빌리지 않고
내가 손수 찬란하게 차려 먹는다.
 
“참 식성도 좋아. 골고루 챙겨 먹어 건강에 좋겠수.
여자들은 귀찮아 김치 하나 달랑 놓고 먹는데.”
옆에서 곁눈질로 보던 마누라가 비웃듯 혼잣말로 중얼댄다.
 
“마님! 79살 상남자도 염치가 있지요. 어떻게 하고많은 날
지체 높으신 마님보고만 밥상 차려달라고 합니까?
그래서 이렇게 제가 손수 차려 먹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입니다.
그날까지 잘 좀 봐주세요. 마님!”
겉으로 터져 나오려는 말을 가까스로 달래어 도로 가슴속으로 내 쏟는다.
어휴~!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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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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