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틀 배용준'에서 '다크히어로'된 남궁민 "다 내 안에 있죠"

중앙일보 2019.05.22 08:00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의 화신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의 화신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의 주인공 나이제는 복수를 위해 극악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인간미 넘치는 에이스 의사였던 그는 자신을 나락에 빠트린 '악의 세력'에 복수하기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고, 온갖 섬뜩한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이 그를 응원한 건, 그보다 더 악한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 

'닥터 프리즈너' 복수의 화신 나이제 열연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답답해하는 시대"
휴대전화에 100여개 파일 연기노트 빼곡
코믹부터 사이코패스까지 천의 얼굴 오가
"인생 캐릭터는 아직, 연기는 애인 같아"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잡는 의사 나이제. [사진 지담]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잡는 의사 나이제. [사진 지담]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나이제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남궁민을 20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그에게 '매력적인 다크히어로'라는 시청자들 평가를 전하자, "뭔지는 모르겠지만 영어여서 그런지 멋있게 들린다"며 껄껄 웃었다.  
두 얼굴의 나이제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100여개 파일을 보여줬다. 캐릭터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기록한 연기노트다.   
"드라마 '김과장'이 다소 과장돼고, '훈남정음'이 경직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실제처럼 대사를 크게 또는 작게, 때론 눌러서 말하는 등 호흡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차갑고도 정적인 느낌의 연기를 하려 노력했죠."  
 시청률에 늘 자신감, 그 이유는
 그는 2001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이래 늘 연기노트를 작성해왔다. 작품을 할 때는 목소리 톤·발성법 등 캐릭터 연구를, 쉴 때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한 결과를 담는다. "실수와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더 발전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시청률에는 늘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출연하면 무조건 잘된다는 '자만'이 아니라, 온 힘을 쏟아부은만큼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란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전작 '훈남정음'의 시청률이 잘 안나와서 이번 작품은 시청률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총 16회 중 4회까지의 대본을 미리 봤는데, 짜임새 있고 속도감도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죠. 시청자들도 4부까지 보면 계속 보지 않고는 못견딜 거란 생각을 했어요. "        
 나이제는 교도소의 헤게모니를 놓고, 전 의료과장 선민식(김병철)과 일진일퇴의 팽팽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긴장감 넘치는 날선 장면이 많았던만큼, 김병철과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정 수위를 더 높여 긴장감을 팽팽히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초반의 주고 받는 장면을 만들었죠."  
 대결의 중심은 드라마 중반 이후 나이제와 악랄한 재벌2세 이재준(최원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이 치고 받는 방식이 초반과 유사한 핑퐁 패턴으로 이어지면서, 식상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남궁민 또한 그 점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대본에서 첫회 엔딩 보고 출연 결심 
"중반 이후 대본 나오는 대로 찍기 바빠서 의도와는 살짝 어긋나 버렸어요.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던 나이제가 나중엔 단서를 찾아가며 상황을 타개하는 셜록 홈즈가 돼버렸죠. 흥미를 끌기 위한 상황이 반복되며 나이제 캐릭터가 힘을 잃었지만, 다른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잘 메워줬습니다." 
남궁민은 "최원영 선배의 열연 덕분에 시청자들이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자,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장면으로 부상당한 망나니 재벌2세 이재환(박은석)의 목에 주사기를 꽂으며 "나 누군지 기억해?"라고 말하는 1회 엔딩을 꼽았다. 또 "형 집행정지를 원하는 재벌가 사모님(김정난)에게 판코니 빈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첫 등장은 나이제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어서 3개월 가까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을 잡는 의사 나이제(남궁민). [사진 지담]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을 잡는 의사 나이제(남궁민). [사진 지담]

 
나이제처럼 선악을 넘나드는 다크히어로가 각광받는 현상에 대해서는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시대가 됐다"며 "현실에선 힘없는 사람이 부조리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하지만,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속 시원히 응징하니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하는 분들만 괜찮다면 시즌2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그만큼 이 드라마에 애착이 있다"고 했다. 
 나이제 뿐 아니라,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싸이코패스 등 어둡고 섬뜩한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해내고 있지만, 남궁민은 데뷔 초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 때문에 '리틀 배용준'이라 불렸다. 그런 선입견과 연기 틀을 깰 수 있었던 계기는 뭐였을까. 
"일부러 틀을 깨려던 건 아니고,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어두운 내면이 부각되면서 '리멤버-아들의 전쟁'에도 출연하게 됐어요.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이미지 순화를 위해 다음엔 착한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계산은 전혀 없어요. 코믹한 캐릭터부터 사이코패스 살인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대본만 재밌다면 어떤 캐릭터든 하고 싶어요." 
 연기는 힘들지만 힘을 주는 애인 같아
 그는 뭐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게 최선이란 생각이다. "두번째 주인공만 하다가 첫번째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역할을 거절했더니 2년의 공백이 생겼다"며 "묵묵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오는데, 욕심만 앞서면 일을 그르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남궁민의 인생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지만, 그 자신은 아직 '인생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다잡는다고 했다.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의 화신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KBS2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복수의 화신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연기가 좋았다는 평가에 위안을 받을 뿐, 스스로 만족하진 않아요. 늘 어디가 부족한지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만, 결국 연기는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내 기준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연기는 힘들게도 하지만, 살아갈 힘을 주는 애인 같아요."     
집에서 영화 보는 것 외에 취미가 없다는 그는 연예인 친구 한 명 없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닫혀있었지만 이제는 동료들에게 술 한잔 하자고 먼저 연락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선후배 연기자들과 술잔을 부딪히고 연기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이번 드라마 끝난 다음 날엔 유준상 선배 집에 놀러가 연기 얘기를 나눴어요. 발성에 대해 저 못지 않게 신경을 쓰시거든요. 사석에서도 결국 일 얘기지만, 그게 가장 재밌는 걸 어쩌겠어요.(웃음)"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