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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외치는데 장애인단체 기습시위,왜?…'화들짝' 민주당 긴급 대응 지시

중앙일보 2019.05.22 05: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한 장애인 대표자가 '우리도 함께 가자'며 뛰어들고 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가짜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당사 진입을 시도 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한 장애인 대표자가 '우리도 함께 가자'며 뛰어들고 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가짜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당사 진입을 시도 했다. [뉴스1]

“인간에게는 두 개의 기본권이 있다. 인권과 복지다. 보통 복지를 시혜라고 생각하는데 최소한의 경제ㆍ사회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본권을 갖고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 특별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지난 21일 오전 10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은 어느 때보다 비장하게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불과 1시간 30분 전 불의의 ‘습격’을 당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창하는 행사를 앞두고 장애인 단체의 갑작스러운 항의를 받은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오전 8시 30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때 시각장애인 8명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 4명 등이 이해찬 대표를 향해 “10분만 만나달라”고 소리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당 전국 청년위원회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기념해 관련 지역 순례를 시작하는 출정식이었다. 하지만 행사 막바지에 시위대가 이 대표에게 돌진하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당사 안으로 황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기습시위에 이해찬 대표가 몸을 피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기습시위에 이해찬 대표가 몸을 피하고 있다. [뉴시스]

 
강복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외협력 이사는 “여당 의원들에게 팩스도 보내고 전화 통화도 했는데 답이 없어 직접 왔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 등급제 폐지 이후에 만들어진 인정조사표에 시각장애인의 장애 특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소리쳤다.
 
30년 동안 이어온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고 오는 7월부터 ‘장애 정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장애 조사표에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항목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에 발표한 ‘서비스 지원 종합 인정조사’ 문항을 보면 ‘음식물 넘기기’, ‘앉은 자세 유지’, ‘배변’, ‘배뇨’ 등 시각장애인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항목들이 적혀 있다. 강 이사는 “장애 특성을 반영한 종합인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우리도 함께 가자'며 김성한 의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에서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우리도 함께 가자'며 김성한 의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철제 셔터가 내려간 당사 밖에서 “한국당과 무엇이 다르냐”고 외치기도 했다. 강 이사와 함께 시위에 나선 몇몇의 손엔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거꾸로 뒤집힌 플래카드를 넓게 펼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플래카드엔 ‘가짜 등급제 폐지를 중단하라’고 적혀 있었다.
 
민주당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시위대를 진정시키며 “일주일 내로 당 정책위원회와 해당 TF를 맡은 남인순 최고위원, 보건복지부가 참석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확답을 받은 시위대는 돌아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처 예상치 못한 기습 시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용을 알고 있었고 복지부에 요구사항을 검토하라고 한 상태였다”며 “이해찬 대표가 정책위에 약속을 잡으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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