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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종말” 외치지만, 전면전 힘든 이유 셋

중앙일보 2019.05.22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갑판에서 함상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갑판에서 함상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에 말 폭탄을 퍼부으며 중동의 위기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잘라 말했다.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라는 전날의 경고에 이어서다. 중동엔 미군 전력이 모이고 있다. 미국 해군은 17~18일 아라비아해에서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CVN 72)과 강습상륙함인 키어사지함(LHD 3), 제22 해병원정대(MEU)가 참가한 기동훈련을 벌였다. 앞서 미 공군은 16일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를 동원해 지하 목표물을 벙커버스터(GBU-57)로 타격하는 훈련도 했다. 단 일촉즉발의 분위기이지만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 때 바그다드로 진군한 것처럼 당장 지상전을 불사하기엔 군사 전력, 미국 정치, 국제 여론 모두에서 미흡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다수다.
 

이란군 65만과 싸울 미군 전력
중동에 배치한 5만명으론 부족

미 의회 전쟁 동의 필요한데
민주·공화당 모두 찬성파 소수

국제사회가 지지할지도 불투명
대테러전 동참 영국마저 부정적

①이라크전 땐 28만명 투입=이란은 미국이 상대했던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란은 정규군인 공화국군 52만명과 혁명수비대 12만 5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중동 지역에 배치한 전력은 5만명 정도다. 지상전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17~18일 기동훈련을 했던 해병원정대는 2200명 남짓이다. 인도양에서 대기 중인 사전배치전단(MPSRON)도 1개 여단(4500명)을 무장할 수준이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쟁 땐 52만명,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엔 1만 6000명, 이라크전엔 28만명을 투입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탈레반을 반대하는 군벌 집단이 전면에서 싸워 미군 병력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과 지상전을 벌이려면 미 본토는 물론 필요할 경우 주한미군 일부까지 차출하는 등 전세계 미군기지에서 병력과 물자를 가져와야 한다. 그전까지 지상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지상군 투입에는 시간이 걸리고 엄청난 전비가 들어가는 만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려 한다면 정밀유도무기를 이용한 해·공군 작전을 선택할 수 있다”며 “중동에 배치한 전투기·폭격기와 항모에서 출격한 전투기의 폭격, 순항미사일 발사로 이란의 주요 시설물을 공습하는 방식”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때는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지 않은 이란의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라크전 때 후세인 정권과 달리 현재 이란은 유럽 일부까지 사정권에 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대미 비정규전을 대신해 줄 무장세력도 있다. 이란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노릴 수도 있다. 이란은 해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대함탄도미사일(ASBM)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이란 시민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시민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②“전쟁 동의 쉽지 않을 것”=미국 공화당의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0일 트위터에 “우리는 압도적 군사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미 의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란 강경론은 소수”라며 “이란이 미국을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의회가 전쟁에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수행하려면 의회를 거쳐야 한다.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 모두 의회에서 별도의 전쟁 승인 법안이 통과된 뒤 시작됐다.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무력을 행사하더라도 늦어도 석 달 안에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공군만으로 제한적 군사작전을 하더라도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청문회를 열거나, 전쟁 예산을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③이란과 친한 중·러 변수=이라크전을 경험했던 국제사회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할지도 불투명하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무력사용 결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테러전의 동반자 영국에서도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IS격퇴 국제동맹군(OIR)의 부사령관인 크리스토퍼 기카 영국 육군 소장은 14일 “중동지역에서 점증하는 이란의 위협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 미국은 중동의 이란 말고도 아시아의 북한과 남중국해,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 등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최소한 북한과 중국이 가만히 있어야 이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단거리 미사일을 쐈던 북한은 후속 도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 몰입한 사이 남중국해 영유화 조치에 전격 나설 수 있다. 이희수 한양대 중동학 특훈교수는 “이란은 전통적으로 중국·러시아와 가깝다”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러시아가 이란 편에서 양측 사이의 긴장을 조성한 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안팎의 정세는 이처럼 ‘전쟁 불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군사·지역 전문가들이 예단하지 못하는 예측불허의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다. 그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중동 긴장감이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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