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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육해상 실크로드 이어 온라인으로 뻗는 천라지망

중앙일보 2019.05.22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글로벌 물류 패권 꿈꾸는 중국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물류 제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양산항의 모습. 연간 화물처리 능력 1842만TEU의 양산항은 스마트 항만 자동화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물류 제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양산항의 모습. 연간 화물처리 능력 1842만TEU의 양산항은 스마트 항만 자동화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앞바다의 양산(洋山)항은 상전벽해의 현장이다. 32.5㎞의 둥하이(東海)대교를 건너야 갈 수 있는 이 곳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10여년전만 해도 쓸모 없는 외딴 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동량  1842만 TEU로 상하이를 세계 1위 항만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양산항은 물동량 뿐 아니라 무인 자동화 등 기술적 측면에서도 항만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선두 주자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자동화 터미널을 건설하면서다. 2005년 12월 양산항 개장식에 참석한 한정(韓正) 당시 상하이 시장(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동북아 국제해운중심의 지위를 확립하고 중국이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를 창조했다”고 말했던 대로다. 항만, 철도 등을 포함한 중국의 물류 굴기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결합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핵심 키 워드는 두 가지다. ‘저우추취(走出去)’로 표현되는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정책과, ‘인진라이(引進來)’라는 외국 자본 유치 전략이다. 인진라이는 성공을 거둬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3년부터는 이런 상황이 급변했다. 일대일로 정책이 나오면서 중국의 해외투자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기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포럼에서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대일로 프로젝트 건수는 3000여개 항목, 중국이 연선국가에 투자한 금액은 9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맺은 프로젝트 계약액은 6100억 달러(약 70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해외 항만 개발과 투자 등 물류인프라 부문에 투입됐다.
  
5대양 6대주 42곳서 항만 개발·투자
 
4월 중국 물류망 사이트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5대양 6대주 42개 지역에서 항만을 개발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항만 건설은 철도·도로 등 육상 물류네트워크와 연계 운영이 가능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투자 지역의 대부분이 성장 가능성이 크거나 물류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이란 의미다. 특히 주목할 지역은 아프리카다. 인도양 쪽의 탄자니아 항만에서 대서양 연안의 기니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모두 21곳의 항만 운영권을 확보했다. 아프리카 대륙을 중국 물류네트워크로 둘러싼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철도도 중국의 물류굴기에 가세하고 있다. 철도와 항만은 각각 ‘일대(一帶: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일로(一路: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은 기존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 횡단철도(TMGR) 노선을 기본 축으로 삼아 유럽 곳곳으로 철도망을 이어가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횡단철도를 중국의 주요 항만과 연계해 내륙국가들에게 태평양 진출루트를 제공해줌으로써 각 항만의 배후지 종심(縱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대륙횡단철도를 중국의 해외투자 항만지역과 연계함으로써 해륙복합형 운송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라시아 물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일대일로를 시행한 후에는 글로벌 물류통로인 화물열차 운송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화물만 전용으로 싣고 다니는 ‘블록 트레인’이 등장했다. 정부 지원으로 철도노선이 늘어나고 운송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2011년엔 17회에 불과했던 운행 횟수가 2017년에는 3600회를 넘었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열차운송이 6년만에 2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초기에 20일가량 걸리던 운행시간은 12∼14일로 줄었다. 운송비용은 40% 정도 싸져 화주의 부담이 낮아졌다. 운행 횟수와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서비스도 훨씬 좋아졌다. 이제 중국은 동남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라인까지 철도 노선을 확장하는 중이다.
 
또하나 공을 들이는 것은 온라인 실크로드다. 온라인 실크로드란 용어는 중국 국무원의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가운데 국가정보화 계획에서 처음 등장했다. 중국과 일대일로 연선 국가 사이의 온라인 연계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 경제 벨트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경쟁적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물류에 접목하면서 온라인 실크로드는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전자 세계무역 플랫폼(eWTP)’과 해외 창고다. eWTP는 알리바바가 2016년에 시작했다.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자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과 배달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는 지역별 스마트 물류 거점을 통해 중국 대륙의 어느 곳이든 24시간 이내에,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72시간 안에 배달한다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알라바바가 세계를 하나의 물류망으로 감싸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의 전자 상거래 업체와 물류기업이 해외에 설치한 물류 창고는 300개가 넘을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물류시장 장악은 차세대 항만 개발에서도 치밀하고 전방위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항만 개발과 해외 수출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2017년에 광저우와 상하이 등 13개 항만의 운영회사를 스마트 항만 시범사업자로 선정했다. 정부 정책이 나온 이후 상하이 양산항과 광저우, 산둥성 칭다오 등에 무인 자동화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스마트 항만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하이 쩐화중공업(ZPMC)은 지난해 중국 국영 기업과 함께 싱가포르에 중국항만공사를 설립했다. 세계 스마트 항만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단 없는 해외 진출전략 ‘저우추취’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중국이 해외 주요 거점에 경제협력구와 자유무역구를 지금까지 60곳 이상 설치했다는 점이다. 주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전략 거점에 입지해 있다. 사실상 중국의 해외 경제영토로 보면 틀림이 없다.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표방하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통한 상품 생산과 판매 등의 비즈니스를 떠맡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이 건설한 항만이나 육상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 셈이다.
 
우리가 잘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중국이 물류의 천라지망(天羅地網)을 설치한 느낌이다. 새나 물고기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라지망처럼 촘촘하고 전방위적인 물류망을 중국이 중국 대륙의 안과 밖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깔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들을 빈곤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대한 개도국들의 반발 움직임이 곳곳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일대일로에도 역풍(逆風)이 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의 ‘저우추취’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과감하고 빠른 속도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중국이 물류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이에 맞는 정책을 만드는 혜안이 필요하다.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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