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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풍력·태양광 에너지 직접 살 수 있게 된다

중앙일보 2019.05.2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해 7월 방문한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BMW 전기차 생산 공장. ‘i시리즈’ 차체를 매일 300개씩 조립하는 이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 주변에 세운 풍력 발전기 4기에서 얻은 자가발전으로 필요 전력 90% 가까이를 충당한다. 나머지 전력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사들여 얻는다. BMW는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기업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BMW·폴크스바겐 등 독일 차 업체들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재생에너지 직거래 길 열어
한전 안 거치고 필요한 만큼 구매
유럽 친환경 기준 맞추는 데 도움

한국에서도 기업이 직접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수 있는 기업 장기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앙일보가 21일 단독 입수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안(2019~2023년)’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확산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허용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장기전력구매계약 제도는 기업이 전력 생산·유통을 사실상 독점한 한국전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과 에너지 사업자는 5~20년에 걸친 중장기 계약 기간 약속한 가격에 전력을 거래하고 한전은 거래에 필요한 송·배전망을 제공하게 된다.  
 
그동안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력 직거래를 금지한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에선 시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RE100 캠페인은 미국(51곳)·영국(29곳) 등 선진국 기업은 물론 인도(5곳)·태국(2곳) 등 신흥국 기업으로도 확산했지만, 한국에선 한 곳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 제도는 수요자 기업, 공급자 에너지 사업자, 정책 주체 정부 등 3개 경제 주체 모두 ‘윈윈(Win-Win)’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우선 기업은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 납품을 받겠다는 구매 정책과 환경 규제 등에 대비한 중장기 친환경 전력 공급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이 파는 전기는 석탄·원자력·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력이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LG화학·삼성SDI 등 전기차 베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은 독일 완성차 기업 요구에 부응하려면 공장을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독일로 옮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자 역시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사업을 안정화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정부로서는 기업에 ‘팔을 비틀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강제하지 않고도 시장 수요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제도가 기업 ‘자발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탈원전’ 적자가 누적 중인 한전도 원가가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들여 판매하는 데 따른 손실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 정부는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할인제도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등 자가용 전력 생산 촉진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기업이 자가발전용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직접 구매도 가능한 선택권을 주면 유연하게 에너지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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