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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유통 달인'에서 폐업 위기로…청송사과유통공사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9.05.21 11:51
한 시민이 서울시청에 설치된 사과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서준석 기자

한 시민이 서울시청에 설치된 사과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서준석 기자

2015년 경북 청송군 주왕산 입구에 사과 자판기를 만들어 하루에 300명이 이용하는 등 ‘대박’을 쳤던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온갖 비리와 경영 부실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21일 청송군에 따르면 청송 사과의 출구 역할을 맡아 왔던 청송사과유통공사에는 7월부터 6명의 직원만 남게 된다. 정원 17명인 공사에 그동안 12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사장과 사외이사 등 경영진부터 일반 사원까지 6명이 적자 경영을 이유로 사표를 썼기 때문이다.  
 
결국 사과 2만개를 창고에 남겨둔 채 경영진이 떠나게 되면서 청송사과유통공사는 설립 8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1년 8월 청송군 예산 60%와 민간인 투자 40%로 설립된 청송사과유통공사는 청송 사과의 유통 경로 역할을 했다. 2014년도에는 청송 사과 생산량의 10%(4만6000t)인 4600t을 처리해 3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 7월 청송 사과 유통공사에서 야심 차게 내 논 사과자판기는 주왕산·경북도청 등에 설치돼 주말 평균 매출 30만원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7년 청송사과유통공사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농업인들은 공사에 사과를 맡기길 꺼렸다. 지난해 청송 사과 생산량은 6만2000여t이었으나 공사를 거쳐 간 사과는 3700여t으로 6%까지 줄었다. 지난해 공사 결산 결과 누적 적자가 6억3257만원으로 총 자본금 22억2000여만원의 28.5%에 이르렀다. 사퇴한 청송사과유통공사 경영진 측은 “올해 예상 누적 적자만 10억원”이라며 “비리가 터진 이후 지난해 새 경영진이 구성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 됐고, 경영진이 사퇴하면서 이제는 군에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송사과유통공사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건 2014년 12월~2017년 1월 사이 경영진이 저지른 비리가 드러나면서다. 청송군수에게 사과 박스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청송유통공사 전 사장 등 임직원 5명과 군수가 불구속 입건됐다. 대구지법 의성지원은 지난해 11월 전 군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전 사장에게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북 청송군 한 사과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사과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청송군]

경북 청송군 한 사과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사과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청송군]

경영진의 비리는 경영 부실로 이어졌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청송사과유통공사는 2016~2017년 2년 연속 최하위 등급 ‘마’를 받았다. 청송군 관계자는 “올 6월 세 번째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는데 최악의 경우 법인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며 “최대 주주인 청송군에서도 공사 처리방향을 두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청송군은 두 번의 유상 감자 후 현재 공사의 지분을 81% 갖고 있다.  
 
만약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이대로 사라지거나 군이 공사에서 손을 떼면 피해는 농민들이 입게 된다. 사과를 유통할 수 있는 경로가 줄어들어서다. 군에서는 능금 농협 등에 공사 경영을 맡기는 안을 고민 중이지만, 농민들은 공사 형태로 군에서 맡아 경영하길 원하고 있다.  
 
우영화청송사과협회장은 “농협 위탁 운영 시, 또 하나의 농협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기에 농민 입장에서는 판매처가 다양화되질 않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며 “힘들게 사과를 키운 농민들이 그동안 공사의 비리 등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군에서 운영하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판매처를 원한다”고 말했다.  
 
청송=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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