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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예측 못해" 檢불만에 판사들 "양승태 때처럼 눈치 안봐"

중앙일보 2019.05.21 05:00
1심에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청으로 웃으며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심에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청으로 웃으며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무죄 예상못한 검찰 
검찰은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를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는 기소 전 대검에서 수사 지휘와 법리 검토까지 받았던 사안이라 유죄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복수의 검·경 관계자는 "철저히 준비해 기소했는데 예상치 못한 무죄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최근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판사 14명을 기소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유죄를 확신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등 예상할 수 없는 선고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양승태 수사 후 판결 예측 더 어려워져"
검찰은 그 예로 최근 무죄를 받은 이 지사와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물론 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 관련 무죄를 받은 이명박·김기춘·우병우 등의 사례를 든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태근 전 검사장은 검찰의 구형대로 실형이 선고됐지만 검찰 내부에선 무죄를 예상해 이 역시 예측못한 판결의 사례로 꼽힌다. 
 
서울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판례가 흔들리니 기소 때부터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선고 전 판사에 훈계들은 검사 
올해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강동구청장 재판에서 검사는 재판장에게 일종의 훈계를 듣기도 했다.
 
선고 전 재판부(조성필 부장판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박탈할 때 어느 정도의 선거법 위반행위가 있어야 하는지는 큰 고민"이라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1년 6개월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형량이었고 이정훈 구청장은 직을 유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가 개인의 견해를 먼저 밝힌 뒤 그와 같은 취지의 선고를 내린 것은 보기드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판사들 "양승태 대법원 때처럼 눈치 안 본다"
중앙일보 취재에 응한 3명의 현직 판사들은 이런 검찰의 주장을 오히려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구형대로 판결하지 않는다고 "예측 못한 판결" 혹은 "튀는 판결"이라 비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법원의 현직 판사는 "판사는 검찰이 구형한대로 판결을 내려주는 자판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13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9월 13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때는 기존 판례와 다른 판결을 내릴 경우 법원행정처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때와 달리 젊은 판사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과거 합의부는 부장판사의 의견에 좌·우 배석 판사들이 조용히 따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승태 "1심부터 최종심 법관처럼 하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1심 판결을 철저히 관리해 항소심 파기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불필요한 항소심을 낮춰야 3심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12월 법원장 회의에서 "1심에서 충분한 심리와 검토를 거쳐 그 결론이 상급심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는 재판 운영이 정착돼야 한다"고 밝히자 일선 판사들이 "노골적인 재판 압력"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양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형사사건에서 항소심 파기율은 가파른 속도로 떨어졌다. 2013년 40.8%까지 올라갔던 파기율은 매년 떨어져 2017년에는 31.3%까지 낮아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2018년엔 34%로 다시 상승한 상태다.
 
지난해 대법원 자체 조사에선 양승태 대법원이 이른바 '튀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에 대해 직무감독을 검토했던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현직 판사는 "당시 1·2심 판사들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법적 안정성 흔들려" vs "판례는 1심에서 만들어져"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급격히 늘어난 직권남용 사건이 법원의 이른바 '튀는 판결'의 주요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국정농단 등 최근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직권남용으로 이렇게 많은 재판이 열린 전례가 없고 그 법리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 판사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서둘러 직권남용 적용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8일 사법연수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관 대표들이 전국법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사법연수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관 대표들이 전국법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현재 대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한 집중적인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일러도 다음달이나 돼야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 내부에선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더라도 조직보다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해 법원에서 다양한 판결들이 쏟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판례를 바꾸려 해도 새로운 판례가 1심부터 치고 올라와야 가능하다"며 "하급심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다양한 의견을 밝히는 것과 법리 적용이 올바로 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판사의 소신이 지나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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