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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다르기 때문에 협력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9.05.21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송인한 연세대 교수·빌뉴스의대 객원교수

송인한 연세대 교수·빌뉴스의대 객원교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벼락치기를 해야 탄력받는 사람도 있고 미리 마쳐둬야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도 있고 야간형 인간도 있어서 시간 조정이 어렵기도 합니다.
 

달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다름을 다루지 못함이 문제
다름의 협력이 사회의 동력

과업 중심으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고 일보다 인간관계 중심인 사람도 있어 원하는 목표가 다르기도 합니다. 대화하는 방식도 다르다 보니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둘러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모호함이 불편해 직접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뜻이 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추론 방식도 달라서 가설을 먼저 세워놓는 연역적 방식에 익숙한 사람도 있고 개별 사례에서 시작하는 귀납적 추론에 익숙한 사람도 있다 보니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타인에 대한 기본적 신뢰나 공감 능력의 정도도 다르고 프랑스인들이 톨레랑스라 부르는 다름에 대한 존중 혹은 관용의 정도도 다르다 보니 서로 어긋나기도 합니다.
 
서로의 다름과 조화를 이루어 협력하는 게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니 차라리 혼자 하는 게 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이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어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 불가능하여 협력이 필요하기에 협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이 동료 인류와 함께 사회를 이루어 사는 데 있고 인류 문명 역시 오직 협력 위에서 가능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합니다.
 
사회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팀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사회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일을 팀워크의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팀워크를 연구하는 마틴 하스 교수와 마크 모텐슨 교수는 오늘날의 팀이 과거와 점점 더 달라지며 협력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최근의 상황에 대해 4-D, 즉 구성원의 배경과 특징이 더욱 다양하고(diverse)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흩어져 있고(dispersed) 빠르고 즉흥적인 디지털 방식에 익숙하고(digital)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역동적인(dynamic)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과 팀을 이뤄 일하는 게 쉬웠던 적이 과연 언제 있었겠습니까만 우리 사회의 변화가 세계적인 추세보다 더 강력하기에 협력하는데 더 큰 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드는 팀워크를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팀워크의 대가인 조직심리학자 J. 리처드 해크먼 교수는 세 가지 핵심요건으로 ▶명확한 방향성(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가는) ▶굳건한 구조(긍정적 역학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탄탄한 규칙을 공유하는) ▶지지적 환경(구성원의 활동을 지원하며 좋은 결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는)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팀워크의 규칙을 사회에 적용한다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논의를 통해 사회적 방향성을 도출해 내고, 그러한 과정이 공정한 규칙에 의해 진행되며, 국민 각각이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에는 다양함이 핵심이며 때론 갈등 역시도 필수적입니다. 특히 정치나 종교의 주제들은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되어 온 가치와 믿음의 산물이며 감정까지도 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나 종교의 다름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뿐 아니라 감정적인 반응까지 본능적으로 연결됩니다.
 
우리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서로의 다름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우거나 경험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협력은 조직의 획일성이 강조된 속에서 개인의 다양성이 희생된 협력이 아니었을까요. 코드가 통하고 의견이 같은 집단 내에서의 폐쇄된 소통과 협력은 오히려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불통을 강화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국론 분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립니다. 국론 분열의 상황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민주사회에서 가치와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름이 문제가 아니라 다름을 잘 해결하지 못함이, 다름을 우리 사회의 에너지로 활용하지 못함이 문제가 아닐까요. 의견이 분열되어 문제가 아니라 그 차이를 소통하고 논의하고 이해하고 타협하지 못함이 문제가 아닐까요. 다름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다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협력은 같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빌뉴스의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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