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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 멸종 위기, 한국은 갈라파고스

중앙일보 2019.05.21 00:04 종합 1면 지면보기
‘카풀’이 사실상 퇴출된 데 이어 유일하게 남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택시 업계가 타다 전면 중단을 구호로 삼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한국만 승차공유 서비스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풀 퇴출 이어 ‘타다’도 발목
우버는 세계 600개 도시서 성업
한국 승차공유는 한발도 못 나가
정부는 중재자 역할 못하고 침묵

850여 개 정보기술(IT)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이러다간 스타트업과 택시 업계가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문의 제목 ‘상생을 말하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에 스타트업 업계의 분노와 좌절이 묻어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날 “지난 3월 7일 승차공유 업계와 택시 업계가 함께 만든 합의안을 (일부) 택시 업계에서 반대하고 있어 최대한 설득하는 중”이라며 “정부로서는 (승차공유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라도 통과해야 이후 실무기구를 만들어 세부 추진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뉴욕도 택시기사 8명이 목숨을 버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경우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대립할 때마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 간 타협이 우선”이라며 한 발 빼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버가 서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때가 2013년이고 이때부터 승차공유 논란이 시작됐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7년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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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카풀 업체는 줄줄이 퇴출됐다. 우버는 전 세계 600여 개 도시에서 성업 중인 일반인 참여 승차공유 ‘우버 X’의 한국 사업을 접었다. 국내 업체 풀러스는 낮 영업이 출·퇴근 시간에 해당하느냐의 문제로 불법 논란이 일면서 직원 3분의 2가 퇴사했다. 카카오 카풀은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 사업을 전격 포기했다. 이렇게 되면서 택시보다 요금이 비싼 타다만 남았지만 택시 업계에선 타다를 전면 중단하라는 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IT와 택시를 결합한 브랜드 콜 택시 마카롱을 운영하는 김형준 KST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2~3년 전만 해도 1억원가량이었는데 올 들어서 큰 폭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택시기사에겐 면허 가격이 노후자금인데 그게 보장이 안 되니 새로운 서비스에 원망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시대 올 것”
 
이 와중에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초 도출한 ‘플랫폼 택시(앱을 통한 택시 호출)’ ‘택시기사 월급제’ 등 합의안은 두 달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승차공유 업계 관계자는 “세 번에 걸친 극단적 저항(자살)으로 카풀 등장을 막는 데 성공한 택시 업계가 이제 유일하게 남은 타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극단적 반발로 치닫는 택시 업계, 갈등 조정 능력을 잃은 정부 사이에서 승차공유가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월급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최소한 법안소위는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그 이후 합의문에 있는 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해 세부 추진계획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월급제를 밀어붙인다”며 반대했고, 국회에도 법 통과 반대 로비를 하면서 일이 더 꼬였다. 여기에 국회 파행까지 이어지면서 합의문 관련 이행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과제를 사회적대타협기구에 맡긴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카풀뿐 아닌 차량공유 전반을 논의했어야 했는데 꼭 참여해야 할 당사자들이 빠졌고, 타협 내용도 미흡해 몇 달 만에 또다시 갈등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갈라파고스 전락 우려는 승차공유가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모빌리티 혁명은 크게 승차공유·자율주행·전기차 세 갈래로 진행된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이들 세 가지 혁신 축이 조만간 차량 한 대로 모아져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의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차두원 위원은 “승차공유 한 분야는 기존 업자와의 갈등, 제도의 문제에 막혀 있지만 자율주행과 전기차라는 혁신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승차공유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40년 이후 세계 자율주행차 판매량은 3300만 대를 넘어 신차 중 26%를 차지할 전망이다.
 
해법은 정부가 국회 입법을 기다리지 말고 갈등의 중재자로 신속히 나서는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정치권과 정부가 미래를 보고 뚝심있게 가야 할 방향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모빌리티 산업이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딛고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태희·박민제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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