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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김문정’ 한국 뮤지컬의 또 다른 이름

중앙일보 2019.05.21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다음달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김상선 기자]

다음달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김상선 기자]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48)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연다. 다음달 7, 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9 김문정 온리(ONLY)’다. 2001년 ‘둘리’로 뮤지컬 음악감독에 데뷔한 그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정상 음악감독이다. 지금까지 ‘맨 오브 라만차’ ‘레베카’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영웅’ ‘엘리자벳’ ‘서편제’ ‘팬텀’ ‘웃는 남자’ 등 숱한 흥행작들의 음악을 진두지휘했다.  
 

다음달 7,8일 첫 단독 콘서트
‘맘마미아’‘영웅’ 등 50여편 작업
김준수·정성화 등 스타배우 출동
가수 최백호와 각별한 인연 쌓아
“50인조 웅장한 무대 기대하시라”

이번 콘서트엔 그동안 그와 공연을 함께 했던 김준수·정성화·황정민·이자람·전미도·임태경 등 스타 배우들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무대 위에서 순간적으로 느꼈던 예술적인 교감을 이번 콘서트에서 재현해내겠다”는 그를 만나 그의 ‘음악감독론(論)’을 들어봤다. 그는 “뮤지컬의 음악은 음악성만으로 존재해선 안 되고, 음악성을 잃어서도 안 된다”는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뮤지컬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무대 언어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 드라마 흐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과하게 열창해 음악만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되면 안 된다. 춤·음악·연기 등 뮤지컬 3요소의 유기적인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
 
음악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상적인 뮤지컬 음악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관객에게 보이는 모습은 오케스트라 지휘지만,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작품을 음악적으로 분석하고, 그 음악에 맞는 배우 캐스팅 작업에 참여한다. 때론 곡을 재배치하기도 하고, 곡의 길이를 극 흐름에 맞춰 늘리거나 줄이기도 한다. 배우들의 보컬 트레이닝을 책임지고, 공연이 시작되면 현장감독 역할을 한다. 무대 위 돌발상황에도 순발력 있게 대처해 반주해야 한다. 배우의 컨디션이 나쁜 날엔 곡의 키를 살짝 낮추기도 한다.”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할 김준수·황정민·이자람(왼쪽부터)이다. [중앙포토]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할 김준수·황정민·이자람(왼쪽부터)이다. [중앙포토]

서울예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1992년 ‘코러스 라인’의 건반 반주자로 참여하며 뮤지컬의 맛을 알게 됐다. “‘형식의 파괴’에 빠져들었다. 음반 작업을 할 때는 ‘한 곡 길이가 3분 30초 이내’라는 규격에 맞춰야 했다. 하지만 ‘코러스 라인’의 음악은 한 곡이 10~20분 동안 계속되기도 했고, 1분이 채 안 되기도 했다. 그 속에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한 음악 장르에 갇히지 않고 록과 재즈·국악·클래식 등을 넘나든다는 것이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을 해볼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그는 가요와 재즈·드라마 음악 등의 작·편곡과 반주로 음악 작업을 이어갔다. 당시 그가 건반 반주자로 함께 활동했던 가수 최백호는 이번 콘서트의 3회 공연 내내 게스트로 출연한다.
 
그는 다작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년 동안만 해도 ‘모래시계’ ‘명성황후’ ‘맨 오브 라만차’ 등 일곱 편의 뮤지컬 공연에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그동안 그가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뮤지컬 작품은 50편이 넘는다. 재공연을 제외한 순수한 작품 갯수다. 올 8월 한국 초연하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음악감독도 그가 맡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했던 액터뮤지션 뮤지컬 ‘원스’(2014)다.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연습하듯 공연을 준비했다. 노래와 춤·연주가 모두 가능한 배우를 찾기가 참 힘들었는데,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재공연의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 내가 음악을 직접 작곡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과 ‘도리안 그레이’에도 특별한 애착이 간다. 가끔씩 작곡에 대한 갈증이 불끈불끈 솟구칠 때가 있다.”
 
음악감독으로 대극장 콘서트가 가능할 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2004년 ‘맘마미아’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건반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해야 하는 작품이었다. 손 대신 머리로 지휘하려다 보니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순간이 꽤 많았다.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은 게 아닐까 싶다. 또 2016~2017년 JTBC ‘팬텀싱어’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영향도 크지 않겠나.”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며 그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늘 무대보다 낮은 피트에서 위를 쳐다보며 지휘를 했는데 이제 우리만의 세상에서 나가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콘서트 무대에는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선다. 그가 2005년 결성해 15년째 함께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더 엠씨 오케스트라’다. 그는 “실제 뮤지컬 공연에서는 최대 22인조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며 “대규모 반주 사운드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악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도들을 뮤지컬계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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