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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류현진 MLB 평균자책점 1위…비결은 ‘용칠기삼’

중앙일보 2019.05.21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LA 다저스 류현진이 20일 신시내티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원정 경기 첫 승리다. [AF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20일 신시내티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원정 경기 첫 승리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SB네이션’은 20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한 류현진(32·LA 다저스)에 대해 ‘류현진이 다저스의 가장 뜨거운 에이스가 됐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컨트롤의 장인(Master of control) 류현진이 1회 1사 2루에서 신시내티 3번 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에게 볼넷을 내줬다’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올 시즌 9경기에서 류현진이 볼넷을 허용한 타자 4명의 리스트를 올렸다. 류현진의 승리가 아닌 볼넷을 내준 점에 더 주목한 것이다.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의 그레이트 아메리칸볼 파크에는 강풍이 부는 등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평소보다 이틀을 더 쉬고 7일 만에 등판한 류현진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특히 1회 내셔널리그 홈런 7위(13개) 수아레스를 상대할 때 류현진의 제구가 흔들렸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몸쪽 포심패스트볼이 빠지면서 볼넷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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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승부는 그다음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팀 동료였던 야시엘 푸이그에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하는 포심 2개를 연달아 던져 2루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2회엔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상대로 3볼-0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이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해 포심-커터-커터-포심을 연속으로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5회까지 매 이닝 안타 1개씩을 맞았지만 별 위기 없이 막아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5회 2사 1루에서 ‘출루머신’ 조이 보토를 상대하는 장면이었다. 배트를 짧게 쥔 채 몸을 수그려 공을 골라내는 보토에게 류현진은 높은 공 5개(커터-포심-커터-포심-커터)를 던졌다.
 
풀카운트에서 류현진이 선택한 결정구는 가운데 낮은 포심(시속 148㎞)이었다. 시야를 높은 코스에 두고 있던 보토는 깜짝 놀라 하프스윙을 하다 삼진을 당했다. 시속 168㎞ 강속구를 본 것처럼 주춤했다. 까다로운 수아레즈 타석 앞에서 공격 흐름을 끊은 것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류현진 피칭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현재 류현진의 삼진/볼넷 비율은 14.75(59삼진/4볼넷)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가운데 1위다. 2위 잭 그레인키(애리조나·7.75)의 두 배에 이른다. 류현진의 9이닝당 볼넷(0.61) 기록도 전체 1위다. 역시 2위 그레인키(1.11)와 차이가 크다.
 
류현진의 경이적인 피칭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도 여러 각도에서 비결을 분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칼럼니스트 피터 개몬스는 ‘디 애슬레틱’에 ‘류현진과 실용적 운동능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개몬스는 “류현진은 경기 후반까지 유지되는 구위, 스트라이크 존을 사분면으로 나누어 각 구석으로 던지는 제구력을 갖췄다”고 했다.
 
개몬스는 이어 “스카우트는 선수의 외형적인 면(체격조건)을 많이 보는데 류현진은 이런 측면에서 다른 선수다. 그는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100개 이상의 공을 일정하게 던진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류뚱’이라고 불린 류현진은 근육질 몸을 자랑하지 않지만, 투구에 필요한 실용적인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개몬스의 분석이었다. 개몬스는 “15년 뒤 실용적 운동 능력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다면 그레그 매덕스와 그레인키, 그리고 류현진을 꼽을 것이다. 그의 삼진/볼넷 비율은 19세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18일 ‘류현진이 주 무기인 체인지업 외에 커터 비율을 높였다. 커터가 낮게 구사되면서 타자들의 헛스윙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의 호투 비결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해 던질 수 있는 용기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볼카운트를 리드하고, 불리할 때는 가운데를 겨냥하는 과감성이다.
 
흔히 "류현진은 면도날처럼 제구한다"고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꽂는 건 아니다. 올 시즌 류현진 투구의 탄착군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지만 가운데를 향한 공도 꽤 있다. [자료 베이스볼 서번트]

흔히 "류현진은 면도날처럼 제구한다"고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꽂는 건 아니다. 올 시즌 류현진 투구의 탄착군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지만 가운데를 향한 공도 꽤 있다. [자료 베이스볼 서번트]

류현진이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든 타자가 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스윙한다. 류현진에게는 배트를 살짝 피해서 변하는 커터(우타자 몸쪽)와 체인지업(우타자 바깥쪽)이 있다. 그 무기를 믿고 류현진은 더 용감하게 싸운다. “볼넷을 주느니 홈런을 맞겠다”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류현진의 코치였던 정민철 해설위원은 “메커니즘과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마운드에서 타자와 맞서면 그때부터는 멘탈 싸움이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보고 던질 수 있는 용기, 안타를 내줘도 결국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류현진의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언 특급’ 박찬호(43)도 “구종의 문제가 아니다. 류현진의 배짱이 대단하다”고 했다.
 
2019년 빅리그 최고 투수 류현진
0.28………………5월 평균자책점 1위
1.52………………시즌 평균자책점 1위
0.000………………득점권 피안타율 1위
0.190………………피안타율 3위
0.61………………9이닝당 볼넷 비율 1위
0.74………………이닝당 출루허용율 1위
14.75………………삼진/볼넷 비율 1위
6승…………………다승 공동 1위
31…………………연속 이닝 무실점(다저스 역사상 공동 10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전체 기준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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