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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자리 수석 “고용상황 희망적”…현실 모르나, 모른 체하나

중앙일보 2019.05.2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를 불안하게 본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경기 둔화’라는 용어를 등장시켰다. 그 전까지는 ‘개선 추세’라는 단어를 사용해 추세 흐름이 완만한지, 가파른지를 봤다.  
 
KDI는 당시 ‘소비와 투자가 모두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던 KDI가 이달 경제동향에선 ‘경기 부진’이란 용어를 택했다. 어느새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국책 연구원이 7개월 동안이나 경고등을 깜빡였는데, 정부는 뭘 하다 ‘부진’ 선언까지 듣게 된 것일까.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기재부나 KDI가 경제 상황을 심각하다고 거듭 수정하는 동안 유독 청와대의 주장만 안 바뀌었다. KDI가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내년에 더 어렵다”던 지난해 11월이다.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년에는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부진’ 진단이 내려진 이튿날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고용상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고, 어렵기는 하지만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획기적 변화”라고도 했다.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란 점괘도 내놨다. 이 모든 게 "4차 산업혁명 정책 같은 정부의 정책 효과”라는 자화자찬을 곁들였다.
 
공유 서비스인 ‘타다’ 문제조차 해결 못 하고 있다. 어디서 정책 성과가 났다는 것인지, 무슨 정책을 내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 단기 아르바이트나 노인 공공 근로 증가세를 고용증가로 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할 말 없다. 경제에 관한 한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없어서다. 취업자 수를 20만 명 증가시키는 정책이란 게 고작 돈을 퍼부어 임시직을 늘리는 것이라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달 초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정책을 솔직하게 반성했다. ‘정부가 돈을 쓴 직접 일자리에 81만4000명이 참여했지만 민간 취업률은 16.8%에 불과하다’‘한시적 일자리인데도 상시적 일자리로 운영하고, 이미 민간기관의 근로자인 사람도 (정부가 돈을 써) 직접 일자리로 관리했다’ 한마디로 일자리 효과도 없는 곳에 돈을 펑펑 썼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해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원화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설비 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 오래다. 기업의 영업이익도 급강하 중이다. 이 상황에서 누구 말을 믿겠는가. 실무 부처나 KDI의 진단일까, 청와대의 주장일까.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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