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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설 정색하더니 靑직행···현직 판사들 "김영식 어이상실"

중앙일보 2019.05.20 19:15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 [청와대 제공]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 [청와대 제공]

“사법부 독립은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인가요?”
 
 20일 오전 현직 법관들의 내부망인 코트넷에서 한 지방법원의 이모 부장판사가 던진 질문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신임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52)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두고 한 말이다. 불과 3달 전까지 재판을 하던 그의 청와대 ‘직행’에 동료 판사들 사이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이날 글을 올린 이 부장판사는 “법관이 정치권력 기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인 대다수의 법관은 마음이 조금 어렵다”고 적었다. 김 비서관이 판사 시절 ‘사법부 독립’을 강하게 주장했었다는 점을 꼬집듯 “남이 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 내가 하면 정의”냐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취지에 공감한다”, “부장님의 글이 무겁게 와 닿는다”는 판사들의 실명 답글이 달렸다.
 
‘폄훼 의도’라며 펄펄 뛴 김영식…4개월만에 청와대행
김 비서관의 ‘청와대행’ 소문은 지난해 12월 중순 법원에 사직서를 낼 때부터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가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는 점이다. 김 비서관은 한 언론에서 내정설을 보도하자 자신이 간사로 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게시판에 “사직 전ㆍ후로 지금까지 결코 어떤 공직을 제안받은 적도 없었다”고 반박 글을 올렸다. 내정 보도에 대해 “그야말로 기사보도의 원칙마저 저버린 오보이며 인권법연구회 전체를 폄훼하려는 의도”라며 되려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 진실이었는지는 4개월 만에 드러났다. 지난 2월 25일 퇴직한 김 비서관은 잠시 한 로펌에 몸담았지만 곧 해당 공직으로 가게 됐다. 그의 임명 소식이 들려온 직후 판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어이 상실. 두둔하던 분들 어디 계세요. (청와대) 직행이 아니라 (변호사) 석 달 구색 갖췄으니 문제없다고 하실 건가요”라며 노골적으로 실망을 드러내는 글이 올라왔다.
 
법무비서관은 청와대-사법부 연결통로? 
전임인 김형연 전 비서관 역시 정권 초에 부장판사를 사직하고 이틀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사법부 독립을 고려치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판사 출신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며 청와대와 사법부의 연결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이번 정부도 그전과 마찬가지로 대의명분에 어긋나든 말든 필요하면 갖다 쓴다는 사고방식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비서관이 되면 법원 내 인맥을 통해 일하는 건데, 정권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한 루트로 전달할 수 있다”며 “판사 색이 옅어지기에 너무 짧은 시간에 청와대로 간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는 퇴직 후 1년 '청와대 비서관' 금지, 법관은?
코트넷에 글을 쓴 이모 부장판사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한 고민도 필요하다”고도 썼다. 2017년 바뀐 검찰청법은 검사가 퇴직한 지 1년 이내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법관은 관련 규정이 없다. 김한규 변호사는 “법관에 대해 이런 규정이 없었던 것은 독립성을 강조하는 법관이 바로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법관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고 법관 퇴직 후 1년 이내에 청와대 비서실 근무를 막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사라ㆍ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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