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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성공단 방북ㆍ대북 지원’에 北은 시간끌기 나서나

중앙일보 2019.05.20 16:24
취임 후 첫 방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파주 경의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취임 후 첫 방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파주 경의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지난 17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및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후 북한이 호응하는지를 놓곤 말을 아끼고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17일 발표 이후 북한의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과 관련해 북측과 계속 협의를 해오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방북 승인(17일)을 기점으로 이후에 북측과 어떤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기업인 개성공단 방북 문제는 지난해부터 기업이 9차례 요청해 온 사항이기 때문에 북측과 계속 협의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구체적인 방북 시점 등 제반 분야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반복했다. 북한의 반응을 묻는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이 대변인은 “어쨌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관련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정부가 전격적으로 ‘기업인 방북 및 인도적 대북 지원’ 카드를 내밀었는데 당장 북측의 호응에 대해 “협의 중”이라면서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것이다. 
 
기업인 방북 시기, 공단 내 자산점검 방식 등 구체적인 의제를 두고 남북 간 대화가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변인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약 95억4500만원) 공여 문제에 대해선 “국제기구와 협의해 진행할 문제로 북측과는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승인 문제와 관련한 정부측 브리핑 뉴스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승인 문제와 관련한 정부측 브리핑 뉴스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구체적인 호응은 이달 말쯤 명확하게 파악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외 정책, 내부 인선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선 ‘수령의 무오류성’이 타격을 입을 만큼 하노이 회담 결렬 여파가 컸고 그로 인한 문책과 새로운 인선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5월 말께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대남 분야를 담당하는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로 이미 교체됐다. 현재 개성 연락사무소 남북 소장회의는 지난 2월 말 이후 석달째 열리지 않고 있으며, 북측에선 임시 소장대리가 근무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대북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남·북 간에 의미 있는 접촉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도 북측이 어떤 식으로 호응할지 당장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도 정부의 지난 17일 ‘패키지 대북 지원’ 발표에 대해 나흘째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외세 간섭을 배격하라”는 통상적 대남 압박을 이어갔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문제삼으며 “외세에게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의 해결을 청탁, 구걸해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며 오히려 예속의 올가미를 스스로 더욱 조이는 것과 같다”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조선의오늘’도 “지금이야말로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릴 때가 아니라 더욱 과감히 북남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관련 협의에 본격 나서기 전까지 더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해 대남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며 “타협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을 내걸며 시간을 끄는 건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 전술”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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