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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치안정감 "대림동 여경, 남성보다 대처 잘했다"

중앙일보 2019.05.20 15:04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주취자의 난동을 제압하는 여성 경찰관의 모습. [구로경찰서]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주취자의 난동을 제압하는 여성 경찰관의 모습. [구로경찰서]

“‘대림동 여경’ 영상을 보며 생각했어요.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무릎으로 누르면서 저렇게 잘 제압할 수 있었을까. 남성 경찰관도 저 정도로 잘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여성 최초로 경찰 치안감과 치안정감을 지낸 이금형(61) 서원대 석좌교수는 '대림동 여경'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여성 경찰의 역사를 쓴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7년 여경 공채 2기 출신으로 서울마포경찰서장(총경), 광주지방경찰청장(치안감), 부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 등을 역임했다. 
 
"주취자 난동 진압 업무 제일 힘들어, '대림동 여경'은 아주 잘한 것"  
이 교수는 “주취자 제압은 경찰관 업무 중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 남성 경찰관 구별 없이 지구대, 파출소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업무가 주취자를 제압하고 체포하는 일”이라며 “남성 경찰관들조차도 주취자 난동 때문에 지구대를 기피할 정도이며 유흥업소와 불법체류 외국인 등이 몰려 있는 지역은 더욱 기피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림동 여경’ 영상 속 두 남녀 경찰관은 정말 근무를 잘했다”며 “남성 경찰관은 계속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고지하고, 여성 경찰관은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무릎으로 누르는 등 주취자이지만 시민의 안전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제2, 3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경찰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림동 여경’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은 주취자 난동 제압이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바로 무릎으로 주취자를 누르고 손으로 저항하지 못하도록 막고 자연스럽게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경험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여성 경찰관은 지구대, 파출소 근무만 5년 차다. 
 
"여경 증가, 경찰력 강화로 이어질 것" 
이 교수는 ‘대림동 여경’ 영상으로 인해 여경 무용론 및 폐지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의견"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여경이 증가는 경찰력 약화가 아니라 반대로 경찰력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오히려 여경의 숫자가 더 증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체 경찰 중 여경 비율은 약 11%다. 
 
여성 최초로 치안정감을 역임한 이금형 서원대 석좌교수. [중앙포토]

여성 최초로 치안정감을 역임한 이금형 서원대 석좌교수. [중앙포토]

그는 “마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때 당시 ‘마포 발발이’라고 불렸던 연쇄성폭행범을 검거했고, 광주경찰청장을 할 때는 ‘광주 도가니 사태’ 피의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내가 여성 경찰이었기 때문에 남성 경찰보다 성폭행 사건이나 여성·아동 범죄에 대해 더 민감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여성 성폭행 사건이나 아동 학대 범죄 등을 바라보는 남성 경찰관들의 시선이 '무뎠을 때'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여성 피해자나 피의자의 인권 침해,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문제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여성 경찰관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점들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들, '여자라 부족' 소리 안 들으려 더 치열" 
이 교수는 “여경으로 경찰 업무를 38년간 해 오면서 지방 경찰서장이나 청장으로 부임할 때는 2~3달 동안 집에도 못 가고 격무를 했다”며 “대다수의 여경들이 나처럼 ‘여자라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 치열하게 일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여경들도 좀 더 강인해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며 “어려운 업무라고 기피하지 말고 힘든 일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경찰관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조직적으로 여성 경찰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 업무는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힘든 일이 대부분”이라며 “여성 경찰의 증원은 현장에서 강조하는 ‘인권경찰’로 가는 지름길이자 경찰력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이 되는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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