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도 반대한 ‘낙태 절대 금지법’…美 대선 이슈로 급부상

중앙일보 2019.05.20 14:25
2020년 미국 대선이 1년 여 남은 가운데, 낙태 이슈가 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폭행도 낙태 사유로 인정 않는 초강력 법
트럼프 대통령 “너무 나갔다”며 선 긋기
공화·민주 연일 낙태 이슈 기름 붓기
미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논란 가열

발단은 지난주 앨라배마 주에서 입법된 초강력 낙태 금지 법이다. 앨라배마 낙태금지법은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빼고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근친상간이나 성폭력 피해자라도 낙태를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낙태에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앨라배마 법에 반대한다고 쓰진 않았으나, 내용 면에서는 사실상 극단적 낙태 금지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분석하며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앨라배마주 법은 ‘도를 넘었다’(go too far)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은 3가지 예외 조건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그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서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의 낙태법에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은 낙태 반대론자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 언급을 내놓음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 간 논쟁도 본격 점화하는 모양새이다. 
 
민주당 예비 대선후보들은 공격에 나섰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은 이날 미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이 가진 ‘임신·출산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시작했다”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여성 투표자의 급증 추세는 내년 대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앨라배마주 법에 대해 “위험하며 주류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밋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 [AP]

밋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 [AP]

특히 공화당 진영에서도 앨라배마 법의 수위를 놓고 지나치다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정적인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도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앨라배마 법을 지지하지 않는다. 성폭행, 근친상간,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의 낙태 금지 예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논란을 낳은 것은 앨라배마 법뿐만이 아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앞다퉈 낙태 반대와 찬성 의견을 밝히며 논란을 정치 쟁점화했다.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있었던 여성의 낙태권에 찬성하는 이들의 시위.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있었던 여성의 낙태권에 찬성하는 이들의 시위. [AP=연합뉴스]

역으로 공화당의 반발에 직면한 것은 임신 24주 이후의 ‘후기 낙태’를 허용한 뉴욕주의 법안이다. 뉴욕주는 지난 2월 임신 24주 이후라도 아기가 생존할 가능성이 없거나 자궁 밖에서 생존할 능력이 없는 경우, 또는 산모의 건강에 치명적 위험이 있는 경우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입안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연설을 통해 “뉴욕주 의원들이 탄생 직전의 태아를 찢어 없애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환호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보수 성향 주에서 낙태 전면 금지법이 입안되면 인권 단체 등이 법원에 집행 금지를 신청하거나 연방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법안 발효를 제지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의 지형이 보수 우위로 바뀌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잇달아 지명되며,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관이 9명 중 과반인 5명을 점하게 됐다.   
 
이 때문에 1973년 11월 미연방대법원에서 최초로 여성의 임신 중절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앨라배마 법 지지자들이 이 법안에 대한 소송이 연방대법원에 올라간 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