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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 "마약 주겠다" 접근, 중독되자 판매한 일당

중앙일보 2019.05.20 10:58
마약 공급책인 A씨(40)는 평소 태국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 주민들이 클럽에서 마약을 자주 투약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다 마약에 대한 죄의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천안서북경찰서가 마약 판매책 A씨에게서 압수한 필로폰. A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마약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천안서북경찰서가 마약 판매책 A씨에게서 압수한 필로폰. A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마약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우리나라로 돌아온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일당들과 함께 외국인을 상대로 필로폰을 팔 계획을 꾸몄다.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마사지 업소의 여성이 타깃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외국인 전용 클럽 주변에서 태국인을 포섭했다. 같은 국적 근로자를 소개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꾀였다.
 
태국인 근로자들은 일하는 곳은 다르지만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다. 농장 주인과 마사지 업소의 업주도 관리가 쉽고 따로 숙식이나 끼지를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 근로자들 역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원룸이나 빌라 등을 임대해 여럿이 지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A씨는 포섭한 태국인을 통해 농장 근로자와 마사지 업소 여성들에게 필로폰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고된 노동과 밤늦게까지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쉽게 피로를 풀 수 있고 일을 할 때 힘이 덜 든다”고 설득했다. 이미 고국에서 마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근로자들은 A씨가 제공한 필로폰에 손을 댔다.
천안서북경찰서 형사들이 마약 판매책 A씨를 압송하고 있다. A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필로폰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천안서북경찰서 형사들이 마약 판매책 A씨를 압송하고 있다. A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필로폰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한 두 번 필로폰을 투약했던 근로자들은 금세 마약에 중독이 됐다.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고는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 근로자도 발생했다. 필로폰이 떨어지자 이들은 A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더는 필로폰을 무상으로 받을 수 없었다. A씨가 노린 게 바로 이 점이었다. 결국 근로자들은 돈을 지불하고 필로폰을 구입했다.
 
경찰은 필로폰 판매책인 A씨와 이를 도운 태국인, 근로자 등 16명(남성 7명·여성 9명)을 검거했다. 이 중 A씨 등 9명을 구속,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4g(1회 0.03g 투약 기준, 약 2133명 동시 투약)과 흡입기구 등 범행도구 32점도 압수했다. 
 
조사 결과 마약 판매와 투약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A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공급책으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한 뒤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폰을 거래할 때는 특정한 장소를 지정한 뒤 현금과 필로폰을 교환하는 방식을 썼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 유통책이 자주 사용한다.
천안서북경찰서가 마약 판매책 A씨 차량에서 압수한 필로폰. 판매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마약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천안서북경찰서가 마약 판매책 A씨 차량에서 압수한 필로폰. 판매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근, 마약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중독이 되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사진 천안서북경찰서]

 
경찰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자체적인 모임이 구성돼 있고 집단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마약이 한 번 유통되면 쉽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전용클럽 등에서 마약을 유통하거나 투약한 외국인에 대한 단속과 첩보 수집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처음에는 무상으로 제공받은 투약자들이 돈을 주고 구입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호기심에라도 마약을 투약하지 말고 투약을 제안받은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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