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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덴마크 교육은 뭐가 다를까’…진학 앞둔 학생에게 좋아하는 것 찾는 시간 준다면

중앙일보 2019.05.20 10:34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학업 스트레스가 1위다. 내가 오디세이 학교를 온 것도 한국의 공부 스타일이 싫어서다. 우리는 덴마크에 가서 일반 중학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이거다. '덴마크는 학교 규칙이 뭐가 있니?'라고 물었더니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야'라고 답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학교는 머리를 묶고 치마를 줄이고 화장도 안 된다. 양말·머리끈 색상을 정한 학교도 있다. 규율이 엄격한 우리나라 학교와 달리 덴마크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규칙이라니…." 지난 1월 덴마크 아이스비야후스 애프터스콜레를 방문해 교육 교류 활동을 한 오디세이학교 학생 아리(17)의 글이에요. 아리는 친구들과 아이스비야후스에서 문화·역사 주제로 공동 교육활동에 참여했어요. 이 학교 학생 20여 명은 이보다 앞선 2018년 12월 오디세이학교를 방문했고요. 2019년은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상호 문화의 해'죠. 덴마크 교육 문화는 어떨까요. 아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덴마크 교육 안팎을 함께 봅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와 부인 메리 왕세자비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와 부인 메리 왕세자비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디세이학교·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들은 ‘학생 의견 존중’의 의미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덴마크 교육부, 동행취재=박하형(15·일산 가온기독대안학교)·이수경(용인 어정중 1)·홍예린(용인 정평중 2) 학생기자
 
덴마크 7~16세 학생들은 9년제 초급학교에서 교육받는다. 9학년을 마친 후 1년을 더 다닐 수도 있다.

덴마크 7~16세 학생들은 9년제 초급학교에서 교육받는다. 9학년을 마친 후 1년을 더 다닐 수도 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156개국 중 54위입니다. 1위는 핀란드, 2위는 덴마크였죠. SDSN은 최근 4년간 덴마크·스위스·노르웨이·핀란드가 각각 행복지수 1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SDSN은 네 국가가 수입, 건강한 삶의 지속성, 사회보장, 자유, 신뢰, 관용 등 행복을 위한 여섯 가지 주요소에서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이에 비해 한국은 최근 5년간 47위(2015년) → 58위(2016년) → 56위(2017년) → 57위(2018년) → 54위(2019년) 등으로 50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주한덴마크대사관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학생을 평가할 때 그의 다양한 재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학생이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교육적 측면에서 심리 상담 등을 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주한덴마크대사관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학생을 평가할 때 그의 다양한 재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학생이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교육적 측면에서 심리 상담 등을 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OECD 국가 중 자살률 2003~2016년 13년 연속 1위, 2017년은 2위, 2018년 다시 1위) 이유가 뭘까. 덴마크의 행복지수는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아리 친구 재서가 쓴 글입니다. 아리·재서가 다니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오디세이학교(교장 조중기)는 2015년 처음 도입돼 3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2018년 3월 1일 ‘각종학교’로 정식 개교했죠. 첫 입학생으로 90명을 맞이했고요. 같은 해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과 덴마크 애프터스콜레연합회가 2017년 11월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라 덴마크 아이스비예르후스 애프터스콜레와 교육 교류를 진행했어요.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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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콜레(Skovbo Efterskole)는 덴마크 학생들이 초등교육을 마친 후 중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1년간 기숙학교에 머무르며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걸 배우는 제도·학교를 말해요. 이 교육을 받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고요. 애프터스콜레에서 1년을 보낸 후 다시 일반 학교를 다닐지, 직업학교를 다닐지 등을 결정할 수 있죠. 이를 롤모델 삼아 만든 오디세이학교는 입학 대상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기 직전의 학생이에요. 17살이죠.
 
박하형·홍예린·이수경(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둘러봤다.

박하형·홍예린·이수경(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둘러봤다.

앞서 아리의 글에서 봤듯 교육 교류로 2019년 1월 29일~2월 8일 오디세이학교 학생 19명, 교사 5명이 덴마크를 방문했고요. 이에 앞서 2018년 12월엔 아이스비예르후스 애프터스콜레 한국반 학생이 오디세이학교를 방문했죠. 아이스비예르후스는 전교생 120명, 6개 학급의 여행학교예요. 총 20명인 한국반은 K팝 팬이 대부분이라 관련 주제를 주로 준비했죠. 지난 1월 덴마크에 간 한국 학생들은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배웠어요. 덴마크 전통 음식과 언어를 알아보고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 박물관 탐방 및 동화 배우기, 바이킹(덴마크에 많이 있는 협강(vik)에서 유래한 말, 8세기 말~11세기 초 해상으로부터 유럽·러시아 등에 침입한 노르만족) 워크숍, 옐링 스톤(10세기 고분,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방문 등을 했죠. 친구들이 뭘 느꼈는지 함께 볼까요.
 
덴마크 학생들은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공부를 지속할지 직업 공부를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덴마크 학생들은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공부를 지속할지 직업 공부를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덴마크 친구들과 한 교실에 모여 한국 학교, 덴마크 학교의 차이를 얘기했다. 초·중·고 개념이 달랐다. 덴마크는 초등학교 9학년까지가 의무교육이다. 중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 직업 학교로 나눈다. 여러 방면에서 덴마크의 학교는 우리나라 학교에 비해 자유롭다고 느꼈다. 그들에게 친구는 점수·순위로 싸워야 하는 경쟁자가 아닌 그냥 단지 친구였다. 그들은 우리가 겪는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웠다. 덴마크 사람들은 모두 여유로웠다. 학교 시간표에도 '휴식 시간(Quiet hour)'이 꼭 있었다. 각자 조용히 숙소에서 쉬는 거다. 휴식은 필수였다."(연서)
 
"덴마크 친구들과 도서실에 앉아서 두 나라의 학교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얘기했다. 처음에는 '와! 정말 다르네'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덴마크 모든 학교는 의무적으로 3시 이내에 끝난다고 했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밤 10시에 끝난다. 덴마크 학생들이 깜짝 놀라 계속 확인했다. 진짜 그렇게 늦게 끝나는지 말이다. 나중에는 구글 번역기를 꺼내 우리 영어가 틀린 건지 의심했다. 솔직히 그럴 만했다. 한 명이 물었다. '그렇게 공부하면 안 죽어요?'"(안혁)
 
박하형(위) 학생기자, 홍예린(아래 왼쪽)·이수경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가 있는 서울혁신파크 운동장 나무 조형물에 자유롭게 서거나 앉았다.

박하형(위) 학생기자, 홍예린(아래 왼쪽)·이수경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가 있는 서울혁신파크 운동장 나무 조형물에 자유롭게 서거나 앉았다.

학생들은 한국과 달리 자율적인 덴마크 학습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하네요.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가 발표한 사회발전지수(Social Progress Imperative·SPI)를 보면, 학생들이 본 게 단순한 느낌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회발전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측면과 별개로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국가별 사회발전 수준을 측정하려 만든 평가지표로 2013년부터 시작했는데요. '살기 좋은 나라' 순위서 덴마크가 1위, 한국이 26위에 오른 2017년엔 총 12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죠. 덴마크가 4위, 한국이 18위에 오른 2018년엔 총 146개국이 대상이었죠. ▶위생·의료·안전 등 기본적 인간욕구 부문 ▶정보·통신 접근, 건강과 복지 등 웰빙 기반 ▶개인의 권리와 교육 접근, 자유 등과 같은 항목으로 구성된 기회 부문 등 3개 분야를 평가해 종합 점수를 매깁니다. 분야별 평가는 세계보건기구·유엔식량농업기구·갤럽 등 세계 각 기관의 조사 결과를 활용하고요.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은 영양부족이나 기아로 인한 사망률 등 개인의 기본적 욕구 부문에서는 다수 항목이 만점을 받아 1위였어요. 하지만 삶에 대한 선택권(114위), 교육 성취의 불균형(78위) 등 기회 부문에서는 최하위권이었죠.
 
중학교에 다니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생각은 어떨까요. "저는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 가요. 수업 끝나면 저녁 10시예요."(이수경·중1) "저는 초등학교 때 2년간 미얀마 국제학교에 다녔어요. 그 기억 때문에 한국에서 받는 공교육이 소중해요."(홍예린·중2) "저는 주입식 교육이 싫어요. 바르게 자라라고 개입하시는 걸 알지만 너무 엄한 교육들은 힘들어요."(박하형·15·대안학교)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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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들은 저마다 학교 교육에 대한 주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한국 학생처럼 자란 수경이, 해외에서 다른 교육을 느껴본 예린이, 한국 내 다른 교육 방법을 택한 하형이가 모여 오디세이학교에 가보기로 했어요. 오디세이학교에서 '만두쌤' 윤태호 교육운영부장 선생님을 만나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 거죠. 아, 만두쌤은 이름과 직책보다 별칭을 좋아하셨어요. 그러니 우리도 '만두쌤~'이라고 부르면서 기사를 읽어보도록 해요.
 
(왼쪽부터) 이수경 학생기자, 윤태호 선생님, 박하형·홍예린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 교실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왼쪽부터) 이수경 학생기자, 윤태호 선생님, 박하형·홍예린 학생기자가 오디세이학교 교실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예린 학교 이름이 왜 '오디세이'인가요.
만두쌤 학교 준비할 때는 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나의 삶에 대해 시작하는 학교라는 뜻이죠. 그리스 신화에 오디세우스란 영웅이 있어요. 그가 10년간의 방황과 모험 후 고향에 돌아오는 이야기를 쓴 책 『오디세이(Odyssey)』가 있어요. 인생은 오디세우스의 항해와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세이라고 했죠.
수경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롤모델로 했다고요.
만두쌤 1년을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일반적인 학교는 다 똑같은 걸 배우잖아요. 애프터스콜레는 내가 그걸 진짜 좋아하나 확인하러 가는 1년 학교죠. 덴마크 아이들은 한 줄 세우기 당하지 않아요. 그러니 다양한 길이 있죠. 서울시교육청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자기 삶을 돌아보는 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삶을 꾸리는 데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1년 살아보는 학교 말이에요. 애프터스콜레가 모델이 됐죠. 자유학년제를 실시하는 중1은 너무 어리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 중3은 애매했죠. 그래서 고1 나이인 17살을 대상으로 삼았어요.
수경 다른 학교는 화장·염색 허용 안 되는데 오디세이학교는 어떤가요.
만두쌤 술·담배 금지 말고 다른 규정은 없어요. 나머지 규정은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 하는 자치회의에서 학생들이 직접 다 정해요. 친구들이 느끼는 불편함·불만 등을 말하고 그걸 토대로 같이 지킬 규칙을 만들죠. 대신 서로 공격하거나 지적하지 않아요.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만든 규칙이니 자기들이 지키려고 많이 노력하죠. 규칙 내용은 매년 달라요. 올해 아이들 규칙에 휴대폰에 대한 게 있는데요. 수업시간에 쓰지 않는다, 검색할 때는 쓸 수 있다는 것 등이에요. 선생님이 걷지 않고요.
예린 수업 시간에는 공부도 하나요.
오디세이학교 윤태호 선생님이 학생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교육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 윤태호 선생님이 학생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교육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만두쌤 수업 시간에만 공부를 하는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인생 공부를 하는 거예요.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친구랑 나는 왜 다르지 등을 배우는 것도 중요해요. 표현할 수 있는 힘도 길러야 하고요. 글로 표현하기, 몸으로 표현하기 등을 배우는 거죠. 세상이 어떤지 알아야 하니까 세상을 배우는 수업도 하고요. 필수 교과목인 국어·영어·수학·한국사·과학도 조금씩 배우고요.
수경 보통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학교 수업 같은 게 있나요.
만두쌤 없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서울 각지에서 오니까 평균 등교 시간이 1시간이에요. 오전 9시 30분에 하루열기(조회 개념)을 하고요. 10시에 수업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해요. 하루닫기 하면 오후 5시 30분이죠. 6시까지 할 때도 있고요. 그러니 방과 후 수업을 하긴 어렵죠. 대신 학생들이 하고 싶을 때 본인들끼리 자율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꾸리면서 8시, 9시까지 있다가 갈 때도 있는데요. 가끔 있는 일이죠.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하루 딱 2과목 수업해요. 일주일에 10과목이죠. 그러니 강의식으로 절대 못 하죠. 어떤 배움을 하는 데 있어 강의식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사는 걸 드러나게 하는 게 목표기 때문에 지식적 차원은 핵심이 아니죠.
하형 오디세이학교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뭐예요.
만두쌤 우리 학교 온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바뀐다는 거죠. 자기 힘이 생기고 쭈뼛대며 살아가지 않는 거예요. 몇 점이라고 수치화할 순 없지만 자기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 어떤 사람의 성향인지 파악하려면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 민낯을 드러내야 하죠. 척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니까 가족 같아져요. 무지 잘 싸우게 되는 거죠. 그렇게 다른 기질의 사람들이 모여서 지내다 보면 자기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죠.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 강점이 될 거고요. 스스로를 잘 파악한 것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덴마크 참사관 에스케 보 로젠버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덴마크 참사관 에스케 보 로젠버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만두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덴마크 교육을 롤모델로 한 오디세이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누구인지 파악하고 공동체 안에서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 걸 교육의 중점으로 삼는군요. 실제 덴마크에는 '얀테의 법칙(Jante Law)'이란 게 있습니다. 진짜 법은 아니고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현상 같은 건데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당신은 잘나지 않았다'예요. 상을 타도 숨기고 잘한 것도 뽐내선 안 됩니다.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소설 '도망자는 궤도를 가로지른다(Enflyktning krysser sitt spor)'에 등장하는 가상의 작은 마을 이름이죠. 이 마을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나은 구석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죠. 혹시 이런 점이 '최고', '1등'만 대우받는 한국과 다른 교육 환경을 만든 원인은 아니었을까요. 자, 한국식 덴마크 교육 일면을 살폈으니 '진짜' 덴마크 교육은 어떤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답을 듣기 위해 덴마크 대사관을 찾아 에스케 보 로젠버그(Eske Bo Rosenberg) 참사관(외교관 직위 중 하나)을 소년중앙이 단독으로 만났죠.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지난 2018년부터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덴마크와 한국 간 교육 교류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10대 시절 스포츠 기자를 꿈꿔 스포츠 분야에 1년 집중할 수 있는 애프터스콜레를 선택했다.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10대 시절 스포츠 기자를 꿈꿔 스포츠 분야에 1년 집중할 수 있는 애프터스콜레를 선택했다.

-'얀테의 법칙'이 교육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래요. 사람들은 얀테의 법칙을 다른 사람이 겸손하게 하는 데 써요. 오만해지지 말라는 거죠. 이건 목적이 있고 열심히 안 하면 못 이룬다는 거예요. 보통 긍정적으로 안 쓰고요. 다른 사람 야망 없애는 데 쓰이는 말이에요. 물론 동시에 우리 사회가 평등하다는 걸 역설하기는 하죠. 이렇게 하면 긍정적으로 쓸 수 있고요. 부정적으로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 높게 보지 말라고 하는 데 쓰고요.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걸 안 좋아해요. 얀테의 법칙은 그렇게 쓰여 왔고 여자든 남자든 같은 기회를 가진다는 걸 설명하기도 하죠. 또, 정해진 규율이 아니라 그냥 사회의 규율이라서요. 그냥 뭐 말할 때 쓰는 거지 그게 지배적이진 않아요. 그러니 그게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야망을 갖는 걸 방해하는 원인이라고 말할 순 없는 거죠. 누가 어디에서 왔든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왼쪽부터) 박하형 학생기자,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 이수경·홍예린 학생기자가 덴마크 대사관에 마련된 포토월 앞에 섰다.

(왼쪽부터) 박하형 학생기자,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 이수경·홍예린 학생기자가 덴마크 대사관에 마련된 포토월 앞에 섰다.

-한국 학생들은 보통 16살이 되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기도 해요. 시험을 치고 면접도 볼 수 있거든요. 근데 덴마크 학생들은 1년 쉴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맞아요. 갭이어라고 부르죠. 덴마크 나이로는 14살이에요. 한국 나이로는 15살 혹은 16살이겠죠. 초급학교 9학년이 되면 중등학교나 직업학교로 넘어가요. 그 전에 갭이어(gap year)를 갖고 선택하죠. 일하거나 여행하거나, 애프터스콜레에 가서 1년을 보내는 사람도 있죠. 학교의 연장선인데 집을 떠나 혼자 자기를 감당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에요.
 
-전공을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스스로 뭘 할지 그냥 정하는 거예요. 저는 세 가지 선택이 있었죠. 바로 중등학교를 가거나 중등학교를 갈 준비가 됐는지 생각하며 초급학교서 10학년을 다니는 거죠. 세 번째 선택지가 바로 갭이어예요. 저는 축구를 좋아해서 갭이어에 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애프터스콜레에 갔어요. 독일어·영어 등 언어도 배웠고요. 이건 개인에 따라 달라요. 전공 개념이 아니고요. 애프터스콜레 가면 스스로 엄청 책임감을 느끼겠죠. 성적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보통 여학생들은 성숙하니 바로 고등학교로 가고요. 저 같은 남학생들은 애프터스콜레로 가는 경우가 많죠(웃음).
 
-학교 입학을 1년 미루거나 전 학교에서 1년을 더 다니는 선택에 대해 판단하지 않나요.
맞아요. 절대 안 하죠. 일반적인 일이니까요.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한국 교육 문화의 장점 중 하나로 '교사를 향한 존중'을 꼽았다.

에스케 보 로젠버그 참사관은 한국 교육 문화의 장점 중 하나로 '교사를 향한 존중'을 꼽았다.

-애프터스콜레의 추억을 말해주세요.
저는 스포츠학교였고요. 매일 축구를 했어요. 제 주된 스포츠 종목이었기 때문이죠. 그거 말고도 야구·수영·하이킹 등 관심사에 따라 여러 가지를 했어요. 학급 친구들은 핸드볼도 했고요. 더 나은 스포츠맨이 되는 계기가 됐죠. 기억하기 어렵지만 한 학급에 20~25명이 있었어요. 115명이 전교생이었고요. 우리는 방 청소, 식사 준비, 빨래하기 등도 배웠어요. 주말에 집에 가는 걸 제외하면 보호자로부터 떨어져 자기를 온전히 책임지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거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걸 익히는 거예요. 그게 중요한 거거든요. 애프터스콜레에 대해 더 중요한 건요. 덴마크 교육은 보통 무료예요. 애프터스콜레는 무료가 아니고요. 전 7~8학년에 일주일에 두 번 신문 배달 등의 일로 돈을 벌었어요. 부모님이 '에스케, 가도 되지만 네가 너 자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해'라고 하셨기 때문이죠. 그러니 애프터스콜레는 일반적인 진학과는 결이 좀 다르죠. 부모님도 지원을 좀 해주셨고요. 매우 비싼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감당하는 데 힘들진 않았어요.
 
-한국에도 대안학교라는 제도가 있어요. 하지만 공교육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죠. 두 나라 문화가 다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한국에 1년밖에 안 살아서 제대로 답하기 어렵긴 해요. 하지만 제 생각엔 역사와 관계가 있어요. 애프터스콜레는 1년간 쉬고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될 수 있죠. 전 스포츠 기자를 꿈꿨기에 스포츠 애프터스콜레를 갔던 거고요. 결국 문화 차이와 역사에서 온 다른 점이죠. 애프터스콜레를 만든 분은 그룬트비예요.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학자이자 교육가인데요. 평생교육 개념을 만들었죠. 아이들의 감정과 정신적인 성숙도를 돌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역설하고, 어른 위한 교육까지 신경 쓴 분이죠. 삶을 사느라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가진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오페라·음악·그림 등 예술 분야를 접해보지 않아 자기 재능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소년중앙

소년중앙

-원하는 애프터스콜레를 지원하려면 높은 경쟁률을 감당해야 하나요.
경쟁률은 있죠. 학교별로 교육과정이 얼마나 좋은지, 뭘 가르치는지 등에 따라 지명도가 다르니까요. 좀 더 세세하게 말하자면 학교별로 인기가 달라진다기보다 뭘 배우는지 영역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생각하시는 것만큼 경쟁률이 세진 않지만 있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돼요. 애프터스콜레는 학생의 출신·성적을 보진 않아요. 그저 언제 등록하느냐가 중요하죠.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어요. 한국에선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경쟁이 심하다는 건데요. 학생들에겐 좋은 성적이 그 대상이고요.
저는 지금 처음 들은 말이에요. 어린아이를 평가할 때는 성적 말고도 다른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위의 다른 것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를 파악한 후 도전할 줄도 알아야 하죠. 그저 성적으로만 판가름하기에는 애매합니다. 경쟁이 무조건 싫다고도 할 수 없어요. 아이를 성적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안 되고요. 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합니다.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다를 테고요. 덴마크는 '잘한다'의 기준이 많아요. 재봉사·간호사·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업이 있죠. 모두가 의사가 될 필요는 없는 거예요. 또,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 사람, 중간 정도로 성취한 사람,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 모두를 시스템이 돌볼 수 있어야 해요. 제대로 성취하지 못했다고 등한시하면 사회는 그 사람을 잃을 수 있죠. 주저 없이 다양하게 키울 수 있게 돕는 게 덴마크예요. 당신 자체가 덴마크에 뭘 기여할 수 있는지 여러 방면을 미뤄보아 판단하죠. 그 기준은 대학이 아니고요. 모두가 같은 가치를 추구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나의 기준만 강요하면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을 잃어버릴 거예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덴마크 교육부, 동행취재=박하형(15·일산 가온기독대안학교)·이수경(용인 어정중 1)·홍예린(용인 정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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