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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방송이 무슨 소용 있나요"…한화토탈 유증기 사고 일부에만 전달

중앙일보 2019.05.20 05:00
“이 농번기에 누가 집에 있나요. 다들 농사짓느라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는데 안내방송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19일 오후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가 일어난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틀 전의 유증기 유출 사고 상황을 안내 방송이 아닌 이웃에게 들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지난 17일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 입구에 충남도가 2003년 공장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했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7일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 입구에 충남도가 2003년 공장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했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신진호 기자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를 계기로 석유화학산업단지 등 인근 지역의 재난전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진이나 폭염·폭설, 미세먼지 등과 마찬가지로 주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사고는 ‘재난 수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사고 당시 서산시는 일부 주민에게만 휴대전화 안내문자를 보냈다. 대산읍의 이·통장과 새마을지도자·부녀회장,·의용소방대원 등 260여 명이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토탈에서 발생한 사고로 악취가 많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서산시는 주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자세한 내용이 파악되는 대로 다시 알리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문자 발송과 동시에 대산읍 30개 마을 중 21곳에도 안내방송을 했다. 260여 명에게 보낸 문자와 같은 내용이었다. 안내방송은 재난 안전을 담당하는 서산시청 직원이 육성으로 직접 전달했다. 서산시는 마을 주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 마을에 실시간 방송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예산 등 문제로 모든 마을에 설치하지는 못했다.
 
주민들은 사고 후 마을 방송을 통한 사고 발생 전달에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다. 마을 주변에서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할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마을 방송의 사각지대가 있어 언론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알게되면서다. 방송을 듣지 못하면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지난 1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서산시가 일부 주민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자. [연합뉴스]

지난 1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서산시가 일부 주민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자. [연합뉴스]

 
대산읍의 한 마을 이장은 “대산지역에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여러 곳이 있어 늘 불안감을 갖고 산다”며 “요즘 대부분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만큼 유증기 유출과 같은 사고 때는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에도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면 상황을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요구가 올라왔다. 사고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전달받으면 피해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산시는 주민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난 문자를 정부나 광역자치단체가 발송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사고가 반복돼도 일괄적으로 발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7일 사고 때 안내문자를 받은 주민은 ‘개인정보와 휴대전화 번호 수집 공개’에 동의한 사람들이다.
 
서산시는 우선 대산석유화학단지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때 안내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주민 동의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산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과 협의해 유증기 유출 등 화학물질 관련 사고 때 주민 대피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오후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으로 가는 도로 변에 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7일 오후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으로 가는 도로 변에 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서산시 관계자는 “20일 대산산단 내 5개 회사의 총괄 공장장과 안전책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 안전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며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업체에 대해선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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