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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연합훈련 중 허리 아프다 자리 비운 영관 장교…군 기강해이 조사

중앙일보 2019.05.20 05:00
한·미 연합연습 중 몸이 안 좋다며 근무지를 벗어난 군 간부에 대해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A 대령은 지난 3월 19-1 동맹연습 기간 훈련 장소를 무단으로 빠져나온 혐의(군형법상 무단이탈)로 지난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19-1 동맹 연습은 키리졸브(KR)를 대체해 올해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이다. 병력과 장비가 기동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의 워게임(War Games)이 진행돼 주요 간부들은 훈련 기간 서울 근교에 자리한 B-1 문서고(벙커) 등에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A 대령은 지난 3월 4일부터 7일 일정(주말 제외)으로 열린 해당 훈련 기간 허리 통증을 이유로 상부 승인 없이 3차례나 벙커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최근 제보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A 대령이 ‘허리가 아파 훈련지 야전 침대에서 버틸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어쩔 수 없이 소속 부대로 와 잠시 쉬어갔다는 게 그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A 대령에 대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군 검찰단 송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이버사령부

사이버사령부

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군 장교들의 인식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미 군 당국이 공들여 실시하는 연합연습 기간에 장교가 무단이탈 문제로 조사 대상에 오르는 일 자체가 흔히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군은 한·미 연합훈련 명칭을 바꾸고 기간을 줄이는 대신 압축적이면서도 집중적인 준비태세 점검을 강조했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존 키리졸브가 2주로 진행된 반면 이번 19-1 동맹은 1주로 단축돼 진행됐다. 
 
국군 양주 병원에선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 8명이 실리콘을 이용해 지문을 본뜬 뒤 출퇴근 시간을 조작하다 지난 3월 중순 적발됐다. 같은 달 18일 공군에서 발생한 국산 지대공유도탄인 천궁 오발 사고는 정비요원들이 케이블 분리 및 연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같은 달 중순엔 전역을 앞둔 카투사 병장 5명이 인원관리의 허술함을 틈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까지 부대를 이탈했던 게 드러났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공식 회의에서 이런 사례를 열거하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방부는 한편 19일엔 군대 내 갑질, 부정청탁 등을 저지른 인원과 이를 은폐하거나 방조한 군인에 대해 징계를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군인징계령 시행규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이 되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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