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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공, 1만개 중 1개 확률 뚫은 SK ‘바이오 심장부’

중앙일보 2019.05.20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르포] 올 하반기 IPO 최대어 SK바이오팜 연구 현장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화합물들을 합성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화합물들을 합성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서 흰 옷을 입은 연구원들이 갖가지 기기들을 이용해 다양한 액체를 섞고 있었다.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커 보이는 유리 상자 속에는 이름도 모를 온갖 기기들이 설치돼 있었다. 여러 액체의 화합물들은 정제 과정을 거친 뒤 화학적 안정성 같은 반응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이곳은 지난 13일 중앙일보가 방문한 SK바이오팜의 판교 본사다. 신약·임상 연구 등 신약 개발이 이뤄지는 SK바이오팜의 심장부다. SK바이오팜이 자사의 핵심 연구시설을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1월 IPO가 이뤄진다. 시가 총액이 7조원 대에 이를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새로 만든 합성 화합물에 대한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새로 만든 합성 화합물에 대한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비상하기 직전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활용 중인 반응기. 온도 등이 자동세팅되어 있어 화합물들의 다양한 반응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활용 중인 반응기. 온도 등이 자동세팅되어 있어 화합물들의 다양한 반응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사실 SK그룹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계열사였다. 1993년 신약 연구 개발을 시작했지만, 그간은 ‘백조’가 아니라 ‘미운 오리’ 같은 회사였다. “돈만 쓴다”는 냉소 섞인 평이 많았다. 지난해에만 1256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근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준비가 한창이다. 원동력은 최근 미국에서 판매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뇌전증 신약후보 물질 ‘세노바메이트’와 이미 판매허가를 받은 ‘솔리암페톨(수면장애 치료물질)’이다. 두 물질 모두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임상3상을 통과했다. 
 
유창호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장은 “국내 바이오ㆍ제약기업 중 신약후보물질 개발부터 FDA의 임상시험승인(IND), 임상3상통과라는 신약 개발 전 과정을 경험한 회사는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5000~1만개의 신약후보물질 중 1개 정도만이 시판 가능한 신약에 이른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코오롱 ‘인보사’는 임상3상 진행 중 FDA로부터 ‘임상중지 명령(Clinical Hold)’을 받았다.  
 
신약후보 물질, 인공지능으로 찾는다
SK바이오팜의 판교 본사에는 3개의 연구소(신약ㆍ항암ㆍ임상)와 11개 팀(연구원 116명)이 있다. 핵심 경쟁력 분야는 뇌전증 같은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관련 질환이다. 1993년 신약개발 연구개발(R&D)에 착수한 이래 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 특히 뇌전증 치료용 ‘세노바메이트’는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임상과 판매허가 절차까지 SK바이오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이 발굴한 수면장애 신약 물질인 ‘솔리암페톨’은 1상까지 진행한 뒤 미국 제약사(재즈 파마슈티컬스)에 기술 수출했다.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쥐의 신경 세포 [사진 SK바이오팜]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쥐의 신경 세포 [사진 SK바이오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최근 5억3000만 달러(약 6225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반환조건이 붙어있지 않은 계약금만 1억 달러(1195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황선관 연구기획팀장은 “일반적인 기술수출 계약의 선(先) 계약금 비중은 계약 총액의 10% 내외인데, 세노바메이트는 그 두 배를 보장받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꾸준한 투자 덕에 기술력도 차곡차곡 쌓인다. 한 예로 SK바이오팜은 현재 총 40만여 종의 중추신경 특화 화합물을 보유 중이다. 이 중 2만5000종은 자체적으로 합성해 냈다. 이 회사 정구민 신약연구소장은 “특정 약물이 뇌혈관 장벽(Brain Blood Barrierㆍ특정 물질이 혈관에서 뇌 신경조직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장막)을 통과할 가능성은 5% 정도인데, 우리가 구축한 화합물은 70% 이상의 투과율을 보인다”고 자랑했다. 최근에는 신약후보물질 디자인에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접목 중이다.  
 
기술 수출했던 후보물질 퇴짜 맞는 시련도
시련도 있었다. SK바이오팜이 과거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존슨에 기술 수출했던 후보 물질은 지난 2009년 신약판매 허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후 두 회사 간 계약은 해지됐고, 이 물질에 대한 권리는 SK바이오팜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이 물질은 SK바이오팜 주도로 소아 희귀뇌전증 치료용으로 임상 절차(1·2상 동시진행)를 밟고 있다. 유창호 실장은 “당시 그룹 내외에서 ‘SK그룹이 신약개발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한 번 더 믿어본다’는 결정이 이뤄져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230만 페이지 자료 내고 임상 허가
현재 임상3상 통과 후 FDA의 판매승인 심사를 받는 세노바메이트 역시 ‘짠 내 나는’ 노력의 결정체다. 개발 초기 후보물질용으로 만든 화합물은 2172개다. '신약판매허가(NDA)'를 받기 위해 230만여 페이지의 자료를 제출했다. 임상 단계에선 23개국 2400여 명의 뇌전증 환자가 참가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질환약은 물론 항암 분야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17년 항암연구소를 개소한 게 대표적이다. 첫 타깃은 뇌종양 치료약이다. 회사 전체로는 현재 8개의 임상 프로젝트와 신약후보 물질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판교,100여 개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둥지 
하지만 최근 바이오·제약업계를 둘러싼 일부 회의적인 시선은 부담이다. 유 실장은 “단순히 우리 회사만 잘되는 수준을 넘어 그간 FDA의 승인절차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글로벌 진출을 앞둔 국내 바이오ㆍ제약사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판교에는 SK바이오팜과 삼양그룹 등 100개가 넘는 제약ㆍ바이오 기업이 둥지를 트고 있다. 본사는 서울이나 지방에 있으면서 판교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는 경우도 많다. 판교 100여개 바이오 기업 수는 국내 주요 바이오 밸리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지난 2월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판교의 코리아바이오파크를 방문해 “바이오헬스산업 연구개발(R&D)에 연내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T(정보기술)와 함께 판교 테크노밸리를 이끄는 대표축인 BT(바이오 테크놀로지·생명과학 기술)이 이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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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판교소식] 스마일게이트, 대학생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모집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분야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창작자나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원 프로그램인 스마일게이트멤버십을 15일부터 모집한다. 참가자에겐 연구개발 공간을 지원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한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류심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7월초 합격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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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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