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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지는 ‘확장 재정’…내년 예산 500조 돌파

중앙일보 2019.05.20 00:16 종합 1면 지면보기
내년에도 500조원이 넘는 ‘수퍼예산’이 짜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책 연구기관을 포함한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과 효율성 위주로 경제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재정 동원만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총수입은 504조1000억원, 총지출은 504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내년에 계획된 총지출액은 직전 연도인 올해 총지출 예상치보다 7.3% 늘어난 수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6조7000억원을 포함한 총예산 규모가 476조3000억원인 상황에서는 5%대 증가율만 고려해도 내년도 예산은 5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기존 재정 계획에서도 내년도는 총지출이 총수입을 앞지르는 ‘적자재정’ 구조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최근 재정 확장 기조를 더욱 강조하면서 기존 계획보다 나랏돈 지출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계획보다 씀씀이가 커진 예산안이 편성되면 재정적자 규모도 더욱 커진다. 재정적자가 커질수록 정부가 동원해야 할 ‘나랏빚’도 더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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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4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이 비율은 2020년 40.2%를 기록한 뒤 2021년 40.9%, 2022년 41.6%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선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10.9%)보다 낮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활동 인구보다 부양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로 볼 때 미래를 대비해 재정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고령화 진전으로 복지지출 등 정부가 지출 규모를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의무지출은 총지출의 50%를 넘어섰다. 이 비중은 지난해 50.6%에서 2022년 51.6%로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법적 보장 의무는 없지만 사실상 국가가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사회보장기금이 존재한다.  
 
“재정 명확한 기준 없으면 ‘중독’ 우려…포퓰리즘 휘둘리지 않게 준칙 세워야”
 
이를 연금 고갈 시 국가 재정으로 보전하게 될 것을 고려하면 국가채무비율은 급증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전망한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151.8%)에 연금 적자를 모두 반영하면 이 수치는 191.1%에 달하게 된다.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176.1%)·이탈리아(131.2%)·포르투갈(124.8%)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재정을 써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받쳐줄 만큼 경제성장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재정을 감당할 세수가 부족해져 결국 나랏빚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처방을 내놓기 전에는 ‘확장 재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을 혼동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위험이 있다”며 “순환적 요인이라면 적극적인 재정에 대한 인센티브가 크겠지만, 구조적이라면 확장 재정정책을 반복 시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혈액 투입 전에 수술이 잘못됐는지를 보는 게 우선”이라며 “한국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정책을 수정할 부분부터 보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재정 정책은 ‘재정 중독’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정 정책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과 성과에 대한 조급증에 휘둘리지 않도록 ‘재정 준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재정을 남발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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